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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를 넘어, 건축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리뉴얼 오픈

와이그룹 홈페이지를 개편했습니다.

건축사사무소에게 홈페이지는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공간입니다. 포트폴리오이자 회사소개서이고, 건축 철학을 보여주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무엇을 보여줄지보다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파트너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이었습니다.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세 명의 공동 대표가 이끄는 일상의실천은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출판, 전시, 포스터, 웹사이트를 넘나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디자인 집단입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에서 “웹사이트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실험이었다”라고 기억되는 프로젝트 가운데 적지 않은 작업이 이들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홈페이지 개편을 앞두고 가장 먼저 일상의실천을 떠올린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홈페이지를 단순히 보기 좋은 화면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조직이 일하는 방식과 태도까지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와이그룹은 조금 독특한 건축집단입니다. 단독주택과 사옥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대규모 공동주택, 복합개발, 호텔과 리조트까지 프로젝트의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사업성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오면서도 공공건축과 이른바 작가주의 건축이 추구하는 건축적 가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두 세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그 사이를 오가며 건축적 완성도와 사업성을 함께 만족시키는 접점을 찾는 것이 와이그룹이 해온 일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건축을 설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프로젝트의 이름을 함께 고민하고, 브랜드의 방향을 제안하며, 공간이 어떤 경험을 만들고 어떤 이미지를 남길지까지 함께 설계합니다. 건축을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누구도 와이그룹에게 “이름까지 지어달라”고 먼저 요청한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네이밍까지 생각이 이어집니다. 건축과 브랜딩을 따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 건축의 시작_네이밍 아키텍처

동시에 공간이 완공된 이후의 운영 역시 중요한 설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외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운영 동선은 효율적인지, 필요한 인력은 적절한지, 관리 비용은 합리적인지까지 함께 고민합니다. 좋은 건축은 오래, 잘 운영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는 양진석 대표 건축가에게서 비롯됩니다. 그는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가 잘될까”를 묻습니다. 설계보다 먼저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와이그룹의 건축에는 도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 오래된 온천 도시 수안보 위에 놓인 새로운 건축, 유원재

이번 홈페이지 역시 그런 이야기들을 담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소개 방식도 조금 바꾸었습니다. 설계 개념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과 과정, 어떤 고민 끝에 지금의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담았습니다. 건축이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양진석 교수의 에세이도 새롭게 아카이빙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책을 출간했고, 올해 8월에 신간 출간도 앞두고 있습니다. 건축가로서의 생각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홈페이지 안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와이그룹 저널’은 건축 실무 안에서 쌓인 생각과 관점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네이밍도 건축의 일부인가’처럼 건축을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갈 예정입니다.

메인 화면도 조금 특별하게 설정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최근 와이그룹의 프로젝트와 뉴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별도의 메뉴를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지금 와이그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가 완성된 결과물만 모아놓은 아카이브가 아니라 와이그룹이 직접 큐레이션하는 작은 미디어처럼 기능하기를 바랐습니다. 화면의 인상도 의도적으로 조금 달리했습니다. 작품집을 넘기는 듯한 엄숙함보다는 한결 시원하고 열린 분위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큼직한 글자와 과감한 여백, 가벼운 호흡으로 건축을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프로젝트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습니다.

홈페이지는 완성됐지만 이 온라인 공간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와이그룹의 생각, 그리고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기록해나가려 합니다. 홈페이지를 와이그룹의 생각이 계속 축적되는 디지털 저널로 운영하는 것. 그것이 이번 개편의 또 다른 목표입니다.

글 와이그룹 콘텐츠 디렉터 김만나 con@py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