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그룹은 이름 짓기 역시 하나의 건축 행위로 여긴다. 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설계의 방향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사업 목표에 따른 전략을 담아내는 근본적인 그릇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대상을 떠올릴 때 강력한 기억의 장치로 작용한다. 때론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름을 잘 지어서 성공시켰네, 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호평 받았던 프로젝트 몇몇을 소개한다.
1. 설해원 (雪海園) –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쉼의 정원
| 기존 명칭 | 양양 골든비치 리조트 |
| 새로운 이름 | 설해원 –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쉼의 정원 |
| 네이밍 전략 | 장소의 본질적 가치 재정의 및 프리미엄 리조트 정체성 구축 |
| 핵심 성과 | 차세대 리조트 개발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 성공적인 회원권 분양 |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위한 브랜딩 전략
설해원의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양진석 건축가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접했을 때, 본인이 진심으로 가고 싶은 곳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스스로를 까다로운 소비자라고 생각하는데, 허투루 설계된 리조트나 골프장에는 절대 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마음에 드는 공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름부터 고민해야 했다. 과거에 창업주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골든비치 리조트’ 또한 분명 좋은 리조트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비치beach’라는 단어가 가진 범용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기억에 남는 이름이 되기에는 유사한 이름이 많았고 결국 차별화된 네이밍과 스토리가 필요했다.

“이름은 공간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언어적 건축이기도 합니다. 이름에는 전략을 담고 존재감을 만들어야 하죠. 과거에는 서울에서 양양까지 4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덕분에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서울에서 가까워진 것은 좋지만, 그 이유만으로 찾는 것도 아니에요. ‘오면 좋은 곳’이 아니라 ‘꼭 오게끔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하죠.”
“설해원. 설악산(雪), 동해(海), 정원(園)을 뜻하며 이름처럼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왜 우리는 온천과 골프를 즐기기 위해 아직까지 일본으로 가야 할까?” 질문하고 양진석 건축가는 명문 골프 코스와 온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설해원을 설계해 나갔다. 이름이 바뀌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기존 골프텔에 머물렀던 프로젝트는 27홀 회원제 골프장에서 45홀 퍼블릭 리조트로 확장되었고 콘도, 빌라, 주택형 숙소 등 숙박시설도 다양해졌다. 와이그룹은 마스터플랜부터 건축 설계, 스페이스 디자인, 콘텐츠 전략까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참여했다. 와이그룹은 설해온천, 마운틴스테이 등 약 10,000평 규모의 시설을 설계하여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네이밍과 이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콘셉트의 성공적인 결합을 증명했다.
“설해원은 발음할 때 리듬감이 느껴지고 부드럽고 페미닌한 어감도 있어요. 동시에 설악산과 동해 바다라는 이미지가 즉각적으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이름을 잘 지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건축 스케치에서 이어진 로고와 시각 아이덴티티
설해원은 이름에서 출발한 철학을 실제 공간 경험으로 구현한 사례다. 설해온천과 마운틴스테이, 두 핵심 시설은 하나의 회랑 구조로 연결되며 건축가의 초기 스케치가 담고자 했던 의미-스티치(봉제선), 길과 길,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장인 정신-은 더욱 명료하게 드러났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초기 복잡했던 형태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정제되었고 그 과정에서 로고와 시각 아이덴티티가 함께 구축되었다.


2. 그랑서울 (Gran Seoul) – 글로벌 네이밍인 동시에 ‘GS’라는 이니셜을 절묘하게 담은 이름
| 기존 계획 | GS 종로타워 |
| 새로운 이름 | 그랑서울 (Gran Seoul) |
| 네이밍 전략 | Gran(거대함, 정제된 위상) + Seoul(장소성, 도시적 감각). 특정 기업을 넘어 도시의 상징적인 관문 역할 부여 |
| 핵심 성과 | 저층부 포디움의 입체적 보행 네트워크 설계. 도시적 확장성 확보 및 성공적인 테넌트 유치 |
종로 청진동, 약 5만 3천 평 규모의 강북 최대 개발지. 이곳에 들어설 예정이던 ‘GS 종로타워’는 처음부터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TFT에 PM으로 참여한 양진석 건축가는 초기 회의에서 “왜 이 건물의 이름이 ‘GS 종로타워’ 인가요?” 라며 질문을 던졌다. 해당 이름은 사내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었고 이미 그룹 회장 보고까지 마친 상태라 변경이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건물의 본질적인 목적을 고려하면 이름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건물을 사용하는 주요 목적은 ‘GS건설의 본사’라기보다는 ‘임대용 오피스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 건물의 이름이 ‘GS 종로타워’라면, GS가 아닌 다른 대기업이 입주하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은 이 건물의 존재 여부를 묻는 계기가 되었다.
양진석 건축가는 ‘그랑서울(Gran Seoul)’이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제안했다. ‘그랑도쿄’, ‘그랑파리’ 등 글로벌 도시를 대표하는 네이밍인 동시에 ‘GS’라는 이니셜을 자연스럽게 담은 절묘한 명칭이었다. 더불어, ‘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처럼 특정 기업 이름을 넘어 도시의 랜드마크로 기능할 수 있는 이름이었다.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그랑서울’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외형적인 포장에 그치지 않았다. 와이그룹은 브랜드 네이밍에서부터 마스터플랜 설계, 건축, 인테리어, 테넌트 MD 전략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디렉션을 이끌었다. 특히 저층부는 도심 보행자 흐름과 전통 상권의 맥락을 연결하는 입체적 공간으로 설계했으며 현대적인 리테일과 전통 상권의 조화를 통해 ‘청진상점가’라는 새로운 공간 모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랑서울’은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 아닌,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복합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요 앵커 테넌트로 하나은행이 입주하며 전략적인 네이밍이 브랜드 가치와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는 사례를 증명했다.
3. 유원재 (留園斎) – 지역의 휴식 문화를 새로 쓴 수안보 ‘유원재’
| 위치 | 충북 수안보 |
| 이름의 의미 | 유원재(留園斎) – 하루 동안 정원을 보며 머무는 집 |
| 네이밍 전략 | 기존 온천 호텔과의 차별화, 깊이 있는 체류 경험을 위한 정체성 부여 |
| 핵심 성과 | 1박 170만 원 고가에도 6개월 이상 예약 만실, 지역에 새로운 문화 방향성 제시 |

오래된 온천의 기억만 남아 조용히 쇠락하던 수안보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단순한 숙박 시설 재생이 아니라, ‘휴식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초기 사업주가 제안한 이름은 이 질문을 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공간이 지닌 잠재력을 끌어올릴 더 큰 담론이 필요했다.
답은 한옥 99칸의 담장과 마당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담장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 마당에 내리는 빛과 바람, 정원에 머물러 쉬어가는 집의 본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물 위에 떠 있는 정자와 건축물 앞마당이 맞닿는 구성은 ‘머무는 행위’ 자체를 느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유원재(留園斎)’다. 이름은 설계의 출발점이었고, 이후의 모든 건축적 선택은 ‘정원에 머물다 가는 집’이라는 철학에 따라 결정됐다. 와이그룹은 기존의 복층형·회전율 중심의 설계를 과감히 버리고, 단층 독립 객실과 개별 정원을 갖춘 저밀도 구조로 전면 재편했다. 담장은 낮추고 창은 자연과 깊게 마주하도록 열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렸다. 투숙객이 자연 속에서 ‘마당멍’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좋은 물, 좋은 식사, 그리고 머물러 있을 이유가 있는 정원, 이 세 요소가 유원재의 핵심이 됐다.
이러한 철학적 접근은 결과로 증명됐다. 유원재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 머무는 시간이 기억되고 치유되는 체류 경험으로 자리 잡았고, 높은 객실 점유율이라는 수치적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유원재2 프로젝트는 이러한 방향성을 계승하며, 수안보 지역 문화와 새로운 휴식의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4. 아이비 플레이스 (IVY PLACE) – 교육 도시의 새로운 플랫폼
| 위치 |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
| 이름의 의미 | IVY(명문 교육 상징) + PLACE(기억되고 모이는 장소) |
| 네이밍 전략 | ‘교육의 도시’라는 지역 정체성과 미래지향적 플랫폼 통합 |
| 핵심 성과 | LH 입찰 공모 당선, 성공적인 분양,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개발의 대표 사례 |

다산신도시가 갖고 있는 ‘교육의 도시’라는 뚜렷한 지역적 정체성은 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출발점이었다. 학문적 권위와 지적 품격을 함축하는 상징으로 ‘IVY’를, 일상과 삶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공간인 ‘PLACE’를 결합해 ‘IVY PLACE’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와이그룹은 기획, 마스터플랜, 디자인, 브랜딩 전반을 통합적으로 총괄했다. 교육 특화형 커뮤니티 시설을 단지의 중심 축으로 배치하고 주거 동선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입주민의 자연스러운 이용을 유도했다. 이는 기능적 효율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한 전략적 공간 설계다.
공개경쟁 입찰 당선과 성공적인 분양 성과는 기획과 디자인, 사업 전략이 초기 단계부터 일관되게 통합된 결과다. ‘IVY PLACE’는 지역의 교육 프리미엄을 공간과 브랜드 가치로 확장한 모범적 개발 사례라 할 수 있다.
5. 리첸시아 (RICHENSIA) – 이름이 상징이 되고, 상징이 도시를 바꾸다
| 이름의 의미 | Rich + Essentia ‘본질적인 고급스러움’ |
| 네이밍 전략 | 프리미엄 주거 공간의 정체성을 선도할 브랜드 구축 |
| 건축적 영향 | 여의도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
| 핵심 성과 | 금호건설의 고급 주거 브랜드로 확장되어 사용 |

여의도 한복판에 등장한 프리미엄 주거 공간의 이름 ‘리첸시아’는 ‘본질적인 고급스러움’이라는 뜻을 담아 건축, 브랜드, 마케팅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 설계 방식으로 기획했다. 2000년, 당시 와이그룹은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까지 전면적으로 담당했으며, 그 결과 리첸시아는 여의도의 대표 랜드마크가 되었고 이후 금호건설은 이 이름을 다른 주요 입지에서도 사용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확장했다.
6. 사색 (思索) – 생각과 감각이 머무는 장소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
| 이름의 의미 | 깊은 생각, 차분한 대화를 위한 ‘생각하고 고찰함’ |
| 네이밍 전략 | 레스토랑을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 |
| 건축적 특징 | 절제와 비움의 미학, 명상적 분위기와 시각적 정숙함을 갖춘 프라이빗 다이닝 모델 |

서울 강남의 중심부, 밀도 높은 도시 리듬 속에서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추는 공간으로 기획한 ‘사색’은 사유와 감각의 균형을 제안하는 장소다. 빠르고 자극적인 외부 환경과 대비되는 정제된 분위기를 통해 방문자가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을 설계했다.
와이그룹은 네이밍과 공간 디자인을 진행했다. ‘사색 고급요리집’이라는 명칭이 지닌 정서적인 울림과 사유의 이미지를 건축적 형태, 동선 계획, 조명과 마감 디테일, 운영 콘셉트에 반영하며 브랜드 경험의 완결성을 확보했다. 레스토랑이라는 기능적 장르를 넘어 머무름과 성찰이 가능한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담은 공간이다.
7. 수녹 (秀綠, SOO NOK) – 빼어난 자연이라는 연결 고리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
| 이름의 의미 | 빼어날 수(秀) + 푸를 녹(綠). 자연이 가진 가장 깊고 건강한 색채 |
| 네이밍 전략 | 전통 중식당의 문법을 벗어난 현대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고급 다이닝 정체성 구축 |
| 건축적 특징 | 절제된 분위기, 내부와 외부 경계를 흐리는 자연친화적 설계 |

‘수녹’은 전통적인 중식당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좋은 재료의 본질에 집중하는 공간이다. 화려한 연출보다는 식재료가 가진 맛과 결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데에 중심을 두려 했다. 와이그룹은 ‘수녹’이라는 이름을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삼아 음식의 방향성과 공간 분위기가 하나로 이어지도록 기획했다. 절제된 인테리어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조경 요소를 통해 이름이 지닌 이미지가 공간 전반에 스며들도록 구성했다.
시각적 과시 대신 균형과 집중을 택하고, 중식이 지닌 깊이와 무게는 유지하되 표현은 담백하게 풀어냈다. ‘수녹’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오늘의 감각에 맞게 정리한 공간이다.
8. 고빈재 (高彬齋) – 높은 곳에 빛나는 집
| 위치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
| 이름의 의미 | ‘높은 곳에 빛나는 집’ 물리적 고도라는 상징성과 건축주가 맞이한 새로운 삶의 단계라는 내적 의미를 함께 반영 |
| 네이밍 전략 | 건축주의 새로운 삶의 단계와 입지적 특징(대왕저수지 고지대) 통합 |
| 건축적 특징 | 복잡함을 걷어낸 담백하고 절제된 구성, 비움 속에서 드러나는 디테일 |

대왕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상적동 고지대에 자리한 이 주택은 입지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 계획된 집이다. 와이그룹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건축주 부부가 바라는 ‘자연과 가까운 삶’의 방향성을 반영해 ‘고빈재’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높은 곳에 자리한 집이라는 물리적 의미와 새로운 시작을 밝히는 공간이라는 상징을 함께 담았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약 5년에 걸친 과정 동안 건축주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형태와 공간 구성을 다듬었다. 불필요한 요소는 덜어내고, 구조와 비례, 빛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원형적 형태를 찾는 데 집중했다. 고빈재는 과장된 표현 대신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두 사람의 삶의 흐름에 맞춘 공간이다. 이름에 담긴 의미와 실제 공간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도, 조용하고 단정한 태도로 완성한 주택이다.
글 와이그룹 콘텐츠 디렉터 김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