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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UM 7 설해원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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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UM

글. 임진영

시장에 대응하는 건축가의 전략

공간 미학, 리조트의 중심이 되다

리조트에서 기대하는 것은 비일상의 경험이다. 이를 위해 리조트는 온전한 쉼을 위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안에 휴식의 본질을 묻는 질문을 담는다. 분양이 목적인 콘도미니엄의 경우 판매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회원 모집을 통해 개발 자금을 충당하는 콘도미니엄은 ‘공간 은행’ 개념에서 출발한다. ‘타임 셰어링 오너십( Time Sharing Ownership)’, 즉 기간제 이용 소유권을 가진 회원들이 콘도미니엄의 유닛을 교환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콘도미니엄의 공간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거래를 시도하는 하나의 기획 상품이 된다. 이 공간 기획에는 건축뿐만 아니라, 상품의 분양 가격과 수익, 유지 관리 및 운영 등 상품 전반에 대한 마케팅이 포함된다.

시대에 따라, 삶의 방식에 따라 이용자가 기대하는 휴식의 방식이 달라지고 리조트의 공간 성격과 구성이 변화를 거듭해오면서, 리조트의 공간 변화는 우리가 삶에서 누리고자 하는 가치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10여 년 사이 한국에 등장한 리조트 공간은 의미심장하다. 이타미 준의 〈포도 호텔〉 이후 건축가 민성진의 〈아난티 남해〉와 〈부산 아난티 코브〉, 건축가 조병수와 조민석이 설계한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 골프나 레저, 휴식을 위한 숙소 제공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공간 미학을 통한 체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리처드 마이어 설계의 강릉 〈씨마크 호텔〉처럼 부티크 호텔, 디자이너스 호텔, 콘셉트 호텔 등 독특하고 개성 있는 호텔과 감성적인 공간을 표방하는 소규모 숙박 시설의 증가 역시 공간 경험에 대한 갈증 혹은 경험의 전시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의 수요를 국내에서 수용하면서,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시장은 더 늘고 있다.

경험의 차별화, 유형의 다양화

〈설해원〉 역시 콘도미니엄의 공간적 차별화에서 출발한다. 10대 골프 코스로 자리 잡은 골프클럽, 양양 골든비치는 가족형 복합 리조트로 확장하기 위해 ‘골프’와 ‘온천’을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건축가 양진석은 가장 먼저 〈설해원〉이라는 네이밍으로 리조트의 성격을 규정했고, 공간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으로 ‘오리엔탈 모던’이라는 콘셉트와 ‘웰메이드 건축’이라는 목표를 세운다. 휴식을 ‘일탈’로 정의한 건축가는 유닛의 다양화와 공간의 차별화를 통해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이용 가능한 유닛 타입을 20여 개로 개발 ·적용하고, 각 유닛의 콘셉트도 차별화했다. 길게는 20m에 달하는 각 유닛의 베이는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고, 개별 유닛에 이르는 동선에는 단면 변화를 통해 밀도의 강약을 조절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압축과 팽창의 리드미컬한 여정과 각기 다른 유닛을 경험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객실 수를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접근 대신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공간의 퀄리티를 우선했다는 점이다. 개별 객실의 공간뿐만 아니라 복도와 엘리베이터 홀 그리고 어메니티 시설까지, 〈설해원〉은 격이 있는 공간 경험을 우선하고 있다. 여전히 거래 자산의 기준이 견고한 주택 시장에서 평면 유형의 다양성이나 차별화된 공간이 상품 가치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 견주어, 리조트 시장에서는 공간을 통해 상품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회원권 분양에서 투자 목적의 구매보다 실사용을 위한 구매가 주를 이루면서, 리조트나 콘도미니엄의 공간 차별화 전략은 가속화된다. 그런 면에서 〈설해원〉은 ‘웰메이드 건축’이 만들어낸 공간 경험을 통해 가치를 드러내는 좋은 사례다.

상품으로서의 건축

그렇다고 〈설해원〉이 경제 논리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간 경험의 퀄리티를 높이는 동시에 운영과 사업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건축가 양진석은 플랫 슬라브를 도입해 설해온천의 1개 층을 추가해 객실을 확보하고, 기존 골프텔과 설해온천을 붙여 같은 로비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관리를 위한 서비스 동선을 줄이고 운영과 관리 비용을 고려했다. 분양에 가장 불리한 1층 객실에 테마 공간을 넣음으로써 가장 인기 있는 객실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양성과 사업적 이익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가치를 동시에 잡아내 둘 사이에 균형을 만들어내는 바로 이 지점에 건축가 양진석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대형 주상복합 프로젝트와 분양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건축가 양진석은 분양가와 유닛의 적정선, 건축의 기획, 건축과 인테리어의 통합적인 접근 등을 통해 건축과 사업적 접근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대규모 자본의 작동 논리와 건축 개념의 실현을 오가며 그가 쌓은 경험은 상품으로서 건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로 이어졌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그의 노하우는 MP의 역할에서 더욱 빛나기도 한다. 사업적 성과와 수익 그리고 완성도가 필요한 건축 사이에서 공사비 절감과 함께 특색 있는 상점가를 기획하고, 건축 설계와 사업주의 이익을 동시에 조율한 〈그랑서울〉이 좋은 사례다.

전략적인 디자인과 건축적 사고

헬싱키 디자인 랩은 “전통적인 디자인이 개별적인 솔루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면, 전략적 디자인은 의사결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통합된 접근 방식,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도록 돕는 접근 방식이자, 미학이나 직관보다는 사실에 근거해 디자인적 사고로 문제를 접근하는 태도, 내외부의 경향과 데이터를 분석해 디자인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인 디자인 원리 중 일부를 시스템적 도전에 적용하며 통합적인 해결을 이끌어낸다는 설명이다.

한 건축가의 말처럼 건축가의 역할이 건축주가 요구하는 것만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건축을 가장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루는 리조트 시장에서 사업적 접근과 건축적 해결의 균형을 이뤄내는 지점은 큰 메리트다. 그런 면에서 건축가 양진석이 말하는 ‘전략적 디자인’은 건축을 상품으로 다루는 분양 시장에서 건축적인 사고를 통해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통합적인 해결사 혹은 조율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리조트 시장이 건축 공간에 가장 먼저 반응했듯, 건축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낸 공간이 부동산 시장에 호출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적 완성도와 시장의 요구를 동시에 다루기 위한 건축가의 유연한 전략과 원칙도 필요해진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개입하는 건축가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일상 공간도 좋아질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