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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화려하게 꽃피운 피렌체의 르네상스 미술

by.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유럽 건축사

Renaissance Architecture

이탈리아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을 필두로 우피치Uffizi, 루첼라이, 피티 가문 등의 후원을 받으며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피렌체는 천재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예술의 도시이자, 예술가들이 경쟁하며 기회를 찾는 무대였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으로 유명한 도시, 미켈란젤로가 예술의 꽃을 피운 도시,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가 학문의 자유를 펼친 도시, 시민들의 자유가 보장된 도시였다.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100미터가 넘는 긴 중정과 회랑을 갖춘 공간으로, 오늘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술관 중 하나다. 조토,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은 그림, 조각, 거대한 벽화 등으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취급된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화가들은 전형적인 인문주의자로, 대개 다재다능한 ‘만능인’이었다. 그중에서도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는 르네상스 3대 화가로 불린다. 성베드로 대성당 옆에 자리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천지창조>를 웅장하게 담아냈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상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피에타>는 성베드로 대성당에 있으며, 라파엘로의 프레스코 벽화 <아테네 학당>과 다빈치의 그림 <광야의 성히에로니무스>는 바티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한편 다빈치가 원근법을 활용해 그린 <최후의 만찬>은 밀라노의 수도원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Santa Maria delle Grazie에 벽화인 채로 남아 있으며, 1502년작 <모나리자>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미술 작품인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58명인데, 라파엘로는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당대 혹은 후대 사람들의 추정으로 몇몇 인물의 정체가 밝혀졌을 뿐, 여전히 절반 이상은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그림을 보면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두 사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진리의 본질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를 들고 있으며,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들고 있다.

이 그림에는 알렉산더 대왕도 등장한다. 왼쪽 윗부분에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이가 바로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 대왕을 향해 무언가를 설파하고 있는 머리가 벗어진 사람은 소크라테스이며, 그림 가운데 아래쪽에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진 사람은 만물의 기원을 불로 여긴 헤라클레이토스다. 그림 하단부에는 수학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 아래편에서 책을 펼친 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사람이 바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남긴 피타고라스다.

피타고라스의 등 뒤편에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무언가를 엿보는 듯한 이도 있다. 터번을 쓴 이 사람은 12세기에 활동했던 스페인 태생의 아라비아 철학자 아베로에스(본명은 이븐 루시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양 철학의 역사는 중세 암흑기를 맞아 침체했으나 아베로에스를 비롯한 아랍권 철학자들이 그 명맥을 이어 갔다. 아베로에스 뒤에서 머리에 월계관을 쓴 채 무언가를 쓰고 있는 이는 에피쿠로스학파의 창시자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다. 오른쪽 아래에 허리를 굽히고 컴퍼스로 땅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사람은 기하학자인 유클리드다. 유클리드의 오른편에서 뒷모습을 보인 채 지구본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은 천동설의 창시자이자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이며, 별이 촘촘히 박힌 공을 들고 그와 마주하고 있는 수염 난 남자는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고대 페르시아의 현자 조로아스터(자라투스트라)이다. 이 작품에는 그림을 그린 라파엘로도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바로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곱상한 얼굴이다. 잘생긴 얼굴에 성격도 활발했던 라파엘로는 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현재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로마 신화에서 사랑과 미를 관장하는 여신인 비너스가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바다에서 탄생하면서 해안에 상륙하는 내용을 묘사한 그림이다. <비너스의 탄생>은 1483년경 보티첼리가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의 카스텔로 별장을 장식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몇몇 학자들은 피에르 프란세스코 데 메디치Piero Francesco de’ Medici가 보티첼리에게 비너스를 소재로 한 그림을 의뢰했다고도 본다.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16세기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의 저서 《미술가 열전》에도 <비너스의 탄생>과 메디치 가문의 후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로렌초의 동생 줄리아노 데 메디치Juliano de’ Medici의 연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 산치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프레스코 벽화로 바티칸 미술관 스텐차 델라 세나투라Stanza Della Segnatura에 소장되어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를 비롯한 철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등 58명이 표현되어 있다. 원근법이 적용된 르네상스 미술의 걸작으로 꼽힌다
●●●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월계수와 오렌지나무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템페라로 그린 그림이다. 템페라는 주로 달걀 노른자를 바인더로 사용하여 만든 안료로, 고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널리 사용된 전통적인 소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