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건축은 독특한 구조적 특성과 장식적 요소로 건축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수직적이고 뾰족한 첨탑은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는 신성한 존재와의 연결을 상징한다. 이러한 고딕 양식의 특징은 근현대 건축에서도 볼 수 있다. 스페인의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비범한 상상력과 기술적 전문성이 결합된 작품으로, 전통적인 고딕 건축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 개의 파사드(건물의 주출입구가 있는 정면부)와 열두 개의 탑을 통해 성경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고딕 건축이 가진 서사적 힘을 느낄 수 있다.
20세기에도 고딕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교회, 학교 등의 건축이 미국 등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딕 양식을 차용하기를 즐기던 미국의 건축가 프레드릭 존 오스터링Frederick John Osterling의 유니온트러스트Union Trust 빌딩,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필립 존슨Philip Johnson과 존 버지John Burgee의 PPG 플레이스는 산업 혁명 시기에 고딕 양식을 차용하여 당시의 사회적 변화를 반영했다. PPG 플레이스는 ‘유리 고딕 성당’으로도 불린다. 고딕 양식의 전통을 현대적인 유리와 스틸 구조물로 재구성하여 고딕 건축의 미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밖에 고딕 양식의 첨탑 형식을 현대적으로 변형하여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뚜렷하게 형성하는 동시에 고딕 건축의 상징성을 현대적 맥락에서 새롭게 부각한 다양한 건축물을 살펴보자.
●●●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 1882~현재).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작품으로 가우디가 죽은 이후 지금까지도 건축 중이다(2026년 완공 예정). 세 개의 파사드에 각각 네 개의 첨탑이 세워져 총 열두 개의 탑이 세워지는데 열두 제자를 상징한다. 고딕 건축에서 영향을 받은 하늘로 향해 뻗은 첨탑과 기괴한 조형은 네오고딕 양식으로 재탄생되었다.●●● 유니온 트러스트 빌딩(1915). 네오고딕 양식으로 1900년 산업 혁명이 정점에 있을 시기에 유럽의 건축을 차용한 미국의 건축이다.●●● PPG 플레이스(1883). 프리츠커상 1대 수상자로도 유명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대가 필립 존슨과 뉴욕에 기반을 둔 존 버지가 설계를 맡은 건물이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다. 유리 제조업을 영위하는 PPG 인더스트리PPG Industries의 의뢰로 지어졌는데, 이 회사의 유리를 사용해 지었다. 고딕 양식의 첨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6개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로, 중심부에는 40층짜리 탑이 있다. 모서리에 첨탑이 있어 네오고딕 양식의 런던탑을 연상케 한다.●●● 앨리 디트로이트 센터Ally Detroit Center(1993). 구 코메리카 뱅크 타워Comerica Bank Tower. 고딕 양식을 오마주한 포스트모던 건축으로 PPG 플레이스를 설계한 필립 존슨과 존 버지의 협업으로 탄생되었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고층 건물로, 코메리카 은행이 댈러스로 옮기기 전에 본사로 사용되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s(1999).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가 소유한 건물로 높이 451.9미터, 지상 88층 규모의 말레이시아 랜드마크다. 아르헨티나계 미국인 건축가인 시저 펠리César Pelli가 설계했다. 네오고딕을 넘어 현대 건축에서도 고딕 건축의 첨탑 조형 이미지는 계속 차용되고 있다. 멀리서 보면 고딕 건축의 이미지와 유사성을 느낄 수 있다.●●●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2009).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830미터)이다. 두바이 에마르 그룹 소유로, 미국 건축회사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이 설계했다. 첨탑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초고층 건축이다.●●● 홍콩상하이은행 빌딩HSBC Building(1985).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 노먼 포스터의 대표작으로, 10억 달러를 들여 완공했다. 지리적인 제약 때문에 건물의 1층을 모두 열어 빌딩이 땅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지었다. 현수교 구조를 고층 건물 설계에 도입해 크게 화제가 된 건물이다. 기괴한 조형의 고딕 건축이 그전의 로마네스크 양식과는 선을 그으며 새로운 건축의 탄생을 알렸듯이, 하이테크 건축인 홍콩상하이은행 빌딩은 분명 그전의 건축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를 이뤘다. 공장과 기계의 이미지 등을 적용한 것이 고딕 건축과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송은아트센터(2021). 스위스의 헤르조그 앤 드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를 맡은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이다. 일조권이라는 법적 제약을 직관적으로 해석해, 고딕 건축의 첨탑을 연상시키는 삼각형 뿔을 탄생시켰다.●●●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2017). 독일 함부르크의 랜드마크인 공연장 엘프필하모니도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설계를 맡았다. 거대한 옛 창고의 벽체 외관은 남기고 그 위에 유리 왕관 모양의 건축물을 올린 모습으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자유로운 외관과 파도치는 듯한 왕관 모양의 건축은 고딕 건축의 파괴력만큼이나 인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