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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원 – 3 웰메이드 리조트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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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 모던과 유닛의 다양화

인터뷰 : 신현준 와이그룹 소장

처음 리조트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이 왔을 때 사무실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가?

처음 사업 제안을 받았을 때 다른 프리미엄 리조트나 인근 지역 리조트와 어떻게 다른 콘셉트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지를 먼저 구상했다. 실리적으로는 콘도의 운영에 대해 많이 고려했다. 양진석 교수님과 골프장을 낀 리조트의 운영 방식에 대해 많이 토론하며 이해했고 리조트의 현 상황에 맞춰 운영 방식에 적합한 배치 대안을 고민했다.

처음 제안할 때 양진석 교수님은 리조트의 이미지부터 변모해야 설계가 진행될 거라고 판단해 콘셉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브랜딩, 네이밍 작업을 우선했다. 고객과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건축 계획은 단순한 외형 디자인과 평면 설계가 아니라 스토리에 기반한 설계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정원 ’이라는 스토리로 〈설해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배치 작업에서는 기존 클럽하우스와 새로 들어서는 콘도의 로비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했다.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리조트에서 가장 중요한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저층부에서는 공용부와 직원 동선을 단순화시키고 객실부는 조망을 확보하고자 했다.

당시 미세먼지가 이슈였고 영동고속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서울권에서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에 서울과 가까우면서 미세먼지에서 탈출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리조트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우리 사무실의 이전 실적 중 용평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 그리고 해외 사례로 일본 도쿄의 아만 리조트 시리즈까지, 정제되어 있으면서 고급스럽게 쉴 수 있는 리조트를 생각했다. 사업주와 함께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까지 유명 리조트 답사를 수차례 다녀오며 토론하고 같은 방향을 공유하고자 했다.

기존 리조트들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일단 콘셉트에서 차별화해야겠다고 접근했다. 그래서 잡은 것이 ‘아시안 모던’이다. 국내에는 아직 서구식 개념의 리조트가 주류임을 파악하고 동양적인 이미지로 차별화하고자 했다. 또 다양성을 위해 유닛을 50개 이상 개발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주고자 했고, 어메니티 시설에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특히 골프 시장이 점점 젊어진 만큼 30~40대 소비자층과 가족 단위로 올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다. 기존 회원들만 이용하는 리조트에서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넣어 좀 더 퍼블릭한 리조트로 변환하려고 했다.

중요한 가치는 ‘웰메이드’였다. 사진으로 볼 땐 괜찮은 리조트인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건축 퀄리티가 떨어지는 곳이 많다. 그래서 디테일이 살아 있고 최종 결과물이 괜찮은 건축물을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만큼 이용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보는 것인가?

높아졌다. 그리고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피부에 닿는 것, 소비자가 느끼는 것이다. 감성적으로 느끼는 부분들이 외형적인 디자인보다 상품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례 조사를 할 때 ‘아시아 모던’을 대표할 만한 사례가 있었나.

교토와 도쿄를 많이 방문했는데, 그곳의 아만이나 호시노야 등 성공한 리조트들이 얼마나 일본 특유의 정성스러운 공간인지, 얼마나 마감을 섬세하게 했는지를 주목했다. 공사비는 높아지지만 그로 인해 리조트의 완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봤다. 어디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사업주와 공유해 ‘오리엔탈 모던, 아시아 모던’을 차별화의 포인트로 삼았다.

어떤 개념을 가져왔는가?

보통 전형적인 콘도 설계의 유닛이 있는데, 전망을 위해 전면 베이를 전부 7~8m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곳은 양양공항 인근이라 해발 115m의 고도 제한은 있지만, 층수 제한은 없다. 기존 계획은 5층이었는데 플랫 슬라브를 도입해 6층으로 계획했다. 왜냐하면 적정 층고 내에서 최대한 천장고를 확보할 수 있고, 전기 기계 공사는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객실 간 차음과 층간 소음을 잡는 것이다.

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50개 이상의 유닛을 개발했고, 실제로는 20개를 적용했다. 유닛이 많아지면 구조와 설비를 적용하기 어렵다. 플랫 슬라브는 기둥이나 설비의 위치가 균일한 격자 모듈을 따르지 않고 플렉서블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닛이 많아지는 구조에 장점이 많아 선택했다.

보통 리조트에서는 높은 층고를 확보하려는 편인데, 좀 더 합리적인 접근으로도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적정 층고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설계는 훨씬 어렵다. 플랫 슬라브는 특성상 기둥 주변에 설비 공간을 할 수 없다. 이런 제약점이 많아 설계도, 수정도 어렵다. 그러나 플랫 슬라브는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시공하면 장점이 많다. 〈설해원〉의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했는데,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유닛의 구성 등이 진행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플랫 슬라브는 자체 두께가 30cm 이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설계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장과 사무실, 발주처를 조율하면서 매우 예민하고 조마조마하게 진행했다.

콘도의 유닛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콘도의 스튜디오 타입은 대부분 폭이 4m다. 그러나 고급 리조트의 공간감을 위해 우리는 이 폭부터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실외기와 보일러가 개별로 들어갔는데, 그것이 건축물 외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앙식 보일러로 바로잡고자 했다. 기계 설비나 구조가 유닛의 구성이나 외관 디자인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함께 고려했다. 또 기준층을 설계할 때 모든 방의 전망이 좋아야 하는데, 전망마다 특징도 있다. 코너 전망 , 골프장을 바라보는 전망, 원경이 좋은 곳 등에 맞춰 유닛을 계속 시뮬레이션했다.

도로에서 어메니티 시설까지 10m 정도 낮게 내려간 이유가 있나?

지형 자체에 단차가 있어서 내리막길을 설계해야 했다. 그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낮은 쪽에 중정을 만들고 경사지를 활용해서 계획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뒤쪽 도로 진입부가 1층인데 어메니티 시설은 2개 층 정도 밑으로 계획해 중정 레벨과 만난다. 지하층 토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지형이 1m 내려가면 그에 따른 토목량이 광범위하게 늘어난다. 중정을 다 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정 층고를 산정하고 중정에 있는 인피니트 풀과 기계적으로도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측은 해변 전망이고 서측은 대청봉을 바라보는 전망이라, 보통 이런 땅이면 동서로 배치하기 쉽다. 우리는 방향을 틀어 로비를 기존 골프 호텔과 연결하면서 안쪽으로 중정을 두고 V 자로 계획했다. 동선을 고려해 레스토랑도 기존 골프 호텔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두 콘도 사이에 배치했다. 두 건물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외관에서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

외관은 장식적인 디자인보다 건축의 기본 요소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설해온천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중정과 회랑, 그리고 발코니였다. 특히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회랑은 리조트의 중요한 경험 요소라고 생각했다. 플랫 슬라브를 적용하면서 생긴 슬래브의 두께 역시 입면의 일부로 활용했다. 장식을 덧붙이기보다 건축 자체의 요소로 외관을 완성하고자 했다.

설해온천은 초기에 흰색 건물이라는 방향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마감재로는 복합 알루미늄 패널을 제안했다. 금속 특유의 번들거리거나 물결치는 느낌보다 단단하고 매트한 질감을 구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층부는 와이드 블록을 적용했고, 메지의 간격과 색상은 여러 차례 목업을 제작하며 검토했다. 공장을 직접 방문해 자재를 확인했고, 시공사와 함께 철물과 부자재까지 하나하나 협의하며 디테일을 조율했다. 현장 설계와 디자인 감리를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현장을 찾았을 정도로 마감의 완성도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결국 ‘웰메이드’는 건축가 혼자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설계 의도를 이해하는 시공사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적절한 시점에 참여해야 비로소 좋은 품질이 나온다. 건축가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관계를 조율하며 완성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설계보다 오히려 그 조율 과정이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설해온천과 마운틴스테이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단독주택 중심의 리조트 단지를 구상했다. 하지만 양진석 교수님이 사업주의 방향과 시장성을 함께 고려하며 의견을 조율했고, 최종적으로는 퍼블릭한 타워형 콘도와 빌라형 콘도를 함께 구성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전망과 사업성, 이용 규모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건물의 폭과 층수 등을 세밀하게 조정한 결과였다. 소수의 이용자를 위한 단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사업성과 일정 등 다양한 이유로 실현되지 못한 계획도 적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마운틴스테이는 3호형과 4호형으로 구성된 빌라형 콘도 10개 동으로 계획했다. 특히 3호형은 세 개의 유닛이 하나의 동을 이루는 형태다. 당시에는 새로운 유형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먼저 한 개 동을 약 3개월 만에 목업으로 시공했다. 실제 공간을 검증한 뒤 그 결과를 기준으로 나머지 동을 완성해 나갔다. 설해온천은 타워형 콘도로 계획해 지하 2개 층에는 어메니티 시설을, 지상 6개 층에는 객실을 배치했다. 일반적으로 리조트는 저층 객실의 선호도가 낮은 편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1층 객실에 프라이빗 가든과 프라이빗 풀을 도입해 차별화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오히려 1층 객실이 가장 인기 있는 타입이 되었다.

설해온천 역시 1층 객실을 먼저 목업으로 시공했다. 분양을 위한 쇼룸이자 시공 품질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이었기 때문에 일반 프로젝트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고, 현장에서 확인하고 조율해야 할 사항도 매우 많았다. 하지만 실제 공간을 먼저 구현해 설계의 완성도를 검증하고, 시장의 반응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목업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과정이었다.

목업이라는 말은 실물을 짓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실제 공간을 샘플로 먼저 시공하는 것이다. 보통은 서울의 별도 스튜디오에 만들거나 현장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현장에 직접 목업을 만들었다. 골조 공사가 진행되는 동시에 투 트랙으로 인테리어를 먼저 완성해 실제 공간의 완성도와 시공성을 검증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이었기 때문에 일정도 빠듯했고, 현장에서 조율해야 할 사항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 공간을 미리 구현해보면서 설계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분양 고객들도 도면이 아닌 실물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목업 덕분에 분양 속도도 빨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샘플하우스의 목적은 분양과 작업의 완성도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인가?

둘 다였다. 설계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계획이기 때문에, 실제 공간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양진석 교수님도 실물을 보여주면 공간의 가치가 더 분명하게 전달되고 분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동시에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해 이후 설계에 반영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그래서 마운틴스테이 3호형 빌라의 목업은 모두 다른 콘셉트로 구성했다. 한 유닛은 히노키 목재를 중심으로 마감했고, 다른 유닛은 흰색 폴리폼 가구를 적용했으며, 또 다른 유닛에는 수영장을 계획했다. 어떤 공간이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얻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설해온천도 마찬가지였다. 1층 객실 가운데 프라이빗 풀이 있는 타입을 가장 먼저 시공했다. 당시에는 “1층에 이렇게 큰 프라이빗 풀이 과연 필요하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건축주와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계획을 유지했다. 실제 시공을 통해 방수와 설비 등 물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를 미리 검증할 수 있었고, 고객에게 공개한 뒤에는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목업은 분양을 위한 쇼룸이면서 동시에 설계와 시공, 상품성을 함께 검증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마운틴스테이에서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마운틴스테이는 1층 도로 레벨에 주차장을 두고 그 위로 복층 유닛 3~4개가 하나의 동을 이루는 형태로 계획했다. 이용객들은 짐이 많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2~3층 규모임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또 건물 중앙의 계단을 중요한 공간 요소로 삼았다. 경사지와 굽은 도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계단부가 건물의 힌지 역할을 하도록 계획했고 이를 통해 양쪽 동의 각도를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었다. 디자인적으로도 큰 계단이 주는 상징성과 웅장한 공간감을 의도했다.

객실은 깊은 발코니와 양면 개방이 가능한 창을 계획해 전망과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외장재는 고강도 목재에 검은색 도장을 적용해 자연과 어우러지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특히 목재는 벽체에 밀착해 시공하면 뒤틀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통기층을 확보하는 디테일을 중요하게 검토했다. 작은 쫄대를 이용해 공기층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도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조율했다.

코로나 이후 외부 공간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지만, 설계 당시에는 과감한 투자였을 것 같다.

여유 있는 배치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였다. 건물 사이의 간격을 충분히 확보해 서로의 시선이 겹치지 않도록 계획했고, 특히 일체형 유닛은 프라이버시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검토했다. 3D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어느 지점에서 시선이 교차하는지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칸막이 벽의 위치와 높이를 조정했다. 단순히 객실 간 거리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이용객이 자연 속에서 온전히 독립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시선까지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공 과정에서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시공 과정은 상당히 어려웠다. 발주와 설계, 공사 관리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각 공정이 순서에 맞게 발주되도록 중간에서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일이 중요했다. 하나라도 시점을 놓치면 이후 공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설계뿐 아니라 일정과 발주 과정까지 함께 관리해야 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외 사례를 계속 답사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했다. 다만 그런 아이디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뒤늦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구조와 설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미리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했다. 설비 시스템은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했고, 지상부 프로그램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기초와 구조 단계부터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결국 패스트트랙 프로젝트에서는 현재의 설계만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변화까지 예측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패스트트랙으로 할 만큼 공사를 당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나?

사업의 성패는 결국 오픈 시점과 분양 일정에 달려 있었다. 리조트는 성수기에 맞춰 분양을 시작해야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이후 사업 전략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다소 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분양 사업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정이 진행되어야 분양이 가능했기 때문에, 목표 시기를 맞추려면 공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패스트트랙 방식은 단순히 공기를 단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일정과 분양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베이가 가로로 넓어지면서 입면 분할이나 창문 디자인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창 디자인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넓은 전망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창의 폭을 최대한 넓게 계획했고, 수평 바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위치와 두께를 세심하게 조정했다. 바람이 강한 지역인 만큼 설계 초기부터 창호의 내구성과 구조적 안정성에 대해서도 관련 업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했다. 입면 디자인은 대형 모형과 3D 스터디를 병행하며 발전시켰다. 특히 발코니가 외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발코니의 비례와 창, 벽면의 면적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전체 입면의 균형을 검토했다.

양진석 교수님의 초기 스케치에는 차양 루버와 발코니의 휴게 공간을 연계한 몇 가지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협의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일부가 생략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면서도, 창과 발코니, 재료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단순한 입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내 공간에서도 단 차이를 둔 공간 구성이 보인다.

마운틴스테이의 단 차이 공간은 건축주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 이를 공간적으로 조금 더 발전시키고 정리해 현재의 형태로 완성했다. 이러한 단 차이는 설해온천 객실에도 일부 적용했다. 실내가 평면적으로 이어지기보다 높낮이를 통해 공간에 리듬감을 만들고, 각 영역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고자 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디자인 역시 장식적인 표현보다는 매시브한 느낌을 지향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건축적인 덩어리감이 느껴지도록 굵직한 선과 면을 강조했다. 화려한 디테일보다는 공간 자체의 비례와 볼륨이 주는 힘을 드러내고 싶었다.

설해원하우스는 어떻게 조성되었는가?

설해온천과 마운틴스테이를 진행하던 시기에 단독주택 두 채을 함께 계획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단층형과 2층형,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가지 주택을 설계했다. 단층형 주택은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이 배치되는 한옥의 구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구조는 마운틴스테이와 마찬가지로 중목구조를 적용했고, 외부로 열리면서도 내부에서는 아늑한 프라이버시를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2층형 주택은 콘크리트 구조에 석재를 마감한 현대적인 주택으로 디자인했다. 단층형보다 단단하고 모던한 이미지를 강조했으며, 마당에는 프라이빗 풀을 배치해 독립적인 휴양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두 주택은 구조와 재료, 공간 구성은 다르지만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는 공통된 방향을 갖고 있었다.

실제 복도나 공간의 모듈이 예상보다 넓었다. 여유롭지만 설계자 입장에서는 공간의 긴장감이 느슨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하진 않았는가?

양교수님은 설해온천 공용부를 설계하면서 무엇보다 동선에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단순히 기능적으로 이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건물 안을 걸으며 다양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골프호텔과 연결되는 로비는 품격 있는 분위기로 계획했고, 그 사이에 ‘코이어(Coir)’라는 공간을 두어 공간의 긴장감을 높이고자 했다. 넓고 시원하게 열린 공간과 낮고 차분한 공간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설해온천 공용부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설계 개념이었다.

설해온천 로비에 들어서면 먼저 진입 계단을 통해 공간의 반전을 경험하게 된다.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천장 높이를 약 2.4m로 의도적으로 낮춰 아늑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대신 중정을 향한 창을 크게 열어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낮은 천장이 주는 안정감과 외부로 확장되는 개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체크인을 마친 뒤 머무는 휴게 라운지로 이어지는 긴 복도 역시 같은 개념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니라, 포롬나드처럼 수목길을 산책하는 경험을 떠올리며 계획한 공간이다. 건물 안에 하나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풍경과 공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공간마다 동일한 건축적 어휘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평면의 폭과 높이, 개방감에 변화를 주어 리듬감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간의 흐름은 1/50 축척 모형을 제작해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완성해 나갔다.

큰 사업에서는 건축가가 기획 영역까지 관여하는 게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그 부분을 건축가가 주도할 수 있을 때 설계 결과물도 더 깊이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건축가가 사업의 중심에 있고, 브랜딩이나 다른 부분을 통합하는 MP 역할로 사업을 끌고 나갈 때, 건축물과 사업에 더 일관성이 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 실제로 설해원에서는 일반적인 건축 프로젝트와 역할이 많이 달랐다. 보통은 사업자가 정한 공간 프로그램과 요구 조건을 전달받아 설계를 진행하지만, 설해원에서는 건축가가 사업주와 거의 동업자에 가까운 입장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어떻게 해야 사업을 성공시키고 완성도 높은 단지를 만들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며 수많은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설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을 먼저 제안하고 사업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업무량도 많아지고 실무적으로는 훨씬 어려운 방식이었다. 하지만 건축가가 사업 전반을 함께 고민했기 때문에 설계와 상품, 운영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될 수 있었고, 그런 점이 설해원의 성공을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2016년 말부터 설해원 설계를 담당하면서 양진석 교수님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설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분양과 매매, 사업 전략까지 전방위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며 건축가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방식이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리조트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일반 건물과 다르다. 리조트 시설에서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비용을 어디에 투입하고 어디에서 절약할 것인가였다. 모든 곳에 고급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리조트를 만드는 방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명과 조경, 공간의 구성에 적절히 투자하면 훨씬 더 품격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결국 좋은 리조트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무엇에 가치를 두고 예산을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하나 크게 느낀 것은 소비자의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이용객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공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해야 했다. 손끝에서 결정되는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리조트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점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리조트는 한 사람의 건축가가 큰 개념만 제시한다고 완성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운영자와 시공사, 마케팅, 분양, 현장 관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실제 이용객의 불편과 컴플레인에도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좋은 리조트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설해원을 통해 건축은 공간을 설계하는 일인 동시에 사람들의 경험을 끊임없이 조율하고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