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Menu

DOCUMENTUM 7 설해원 – 2

by.

DOCUMENTUM

일탈을 위한 공간 경험

인터뷰 :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한국의 예전 골프클럽하우스들은 전형적인 유형이 있었던 것 같다. 리조트 개념이 등장한 것도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 형식의 변화를 느낀 시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리조트 혹은 골프 클럽하우스라고 하셨는데, 클럽하우스는 리조트의 여러 건축 유형 중 하나라서 리조트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콘도 역사가 오래되었다. 휴양 콘도미니엄이 대중적인 건축물로 자리 잡은 지 한 40년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등장했고 타임 셰어 (Time share) 라고 하는데, 회원제로 운영된다. 옛날 명성 콘도에서 시작해 한국 콘도 등 소위 콘도미니엄이라는 말로 둔갑했다. 지금은 대명 콘도가 가장 주류일 텐데, 한국의 리조트 문화가 그렇게 형성되었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골프장을 낀 클럽하우스도 하나의 건축 유형화가 되었는데, 둘은 서로 많이 다른 것 같다. 〈설해원〉에도 골프장이 있기는 하나, 사업주 생각도 그랬고 제가 집중해서 고려한 것은 콘도 문화다. 리조트, 콘도, 휴양 건축 , 리조트 건축 , 레저 건축,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다. 기존의 콘도는 소위 테마파크화되어 있다. 그러니까 어디서 본 듯한 유럽형 산장이나 서양 건축에 기댄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휴양 콘도 분야에서 변화를 느낀 것은 1990년대다.‘ 오너십 레지던스’의 등장이다. 먼저 용평 리조트의 문화를 봐야 한다. 용평 리조트는 쌍용그룹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했다. 쌍용그룹 회장님의 의지가 컸다. 스키도 많이 안 타던 1970년대 초중반에 스키장을 만들었다. 그 당시 일본도 스키를 막 타기 시작하고, 미국도 아스펜에서 스키를 타니 마니 할 때이니 늦은 편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용평 리조트는 리조트 설계를 많이 하는 미국 건축가들의 콘셉트 스케치를 받아 한국에서 구체화했다. 그때도 건축가들이 관여했지만 어디까지나 외국 건축가의 몫이었고, 우리나라에서 그걸 손대기엔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던 와중에 쌍용그룹 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일본에서 귀국해 정림건축을 다니다 독립한 초기였다. 휴양 콘도미니엄의 역사가 바뀌어야 된다며, ‘오너십 레지던스’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휴양 콘도미니엄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우리나라 VVIP층이 주택을 가질 시기가 되었다는거다. 그렇게 탄생한 게 용평 리조트 내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였다. 1차, 2차 분양을 하면서 크게 성공했다. 그때 여러 전문가와 함께하면서 본격적으로 외국 건축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현대 건축 어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인들과 오너들의 반응이 좋았다.

또 하나의 전환은 대기업들이 콘도미니엄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다. 강원도 홍천의 비발디 파크가 뜨기 시작했고, 동시에 롯데 , 한화 등이 사세를 확장해 리조트가 풍성해졌다. 강원도로 가는 영동고속도로 라인에 대부분의 기업이 리조트를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건축가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게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한편 앞서 이야기한 용평 리조트,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가 성공하면서 100여 개의 건설사와 리조트 회사가 소위 오너십 빌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거의 잘 안 되었다. 유일하게 성공한 곳이 제주 〈비오토피아〉다. 이타미 준 건축가가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포도 호텔을 설계하면서 소위마니아가 생겼다. 한 2km 떨어진 비오토피아는 정말 불리한 땅인데, 건축적 해결로 성공했다고 본다. 결국 시장에서 오너십 빌라가 성공한 건 용평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와 〈비오토피아〉 두 곳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 가성비 있는 소비를 하기 시작했고, 세컨드 하우스나 콘도에 큰돈을 쓰지 않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대명 콘도가 각광을 받았고, 3천만 – 5천만 원이면 얼마든지 인근의 좋은 콘도에 갈 수있다는 문화가 되었는데, 그게 다시 아난티, 설해원으로 이어졌다. 2000년으로 넘어오면서 10년 전쯤 등장한 아난티 프로젝트가 프리미엄 럭셔리 콘도 시장의 발현이라고 본다. 건축가의 아이디어와 설계의 힘, 사업주의 수완이 어우러져 서로를 존중한 관계가 사업으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SNS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소위 배경으로써의 건축, 공간이 주는 힘이 접목되면서 연달아 성공했다. 가격대가 더 올라갔지만 그래도 타임 셰어의 역사는 계속 진화 중이다.

〈설해원〉은 출발 자체가 다르다. 〈설해원〉은 본래 강원도 양양에 있는 골든비치 골프장이었는데 사업주가 새로운 리조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골퍼들이 찾는 골프 코스가 과연 골프를 치지 않는 가족 단위의 휴양 콘도가 될 수 있을지 도전이었다. 저야 확신이 있었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골프치러 가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거기까지 가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이 적중했다. 또 하나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렇게 〈설해원〉이 주목받게 된 것은 사업주인 권기연 부회장과 이서영 부사장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건축가와 함께 호흡하며 논의하고, 견학을 다녀오고, 현장을 가장 많이 파악한 장본인들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건축가의 제안도결국 사업주가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업주는 때로는 건축가 입장에서, 때로는 시공사 입장에서, 때로는 운영자 입장에서 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작 단계부터 사업주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 사업주는 〈설해원〉을 종합리조트로 완성해가는 중이고, 예술과 문화가 숨쉬는 라이프스타일 리조트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가족 단위가 오게 하기 위해 건축가로서 고민했던 전략은 무엇이었는가?

큰 전제는 골퍼들은 골프 외에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다. ( 웃음 ) 절대 재미나 엔터테이닝을 위해서 활동 (activity) 하지 않는다. 골프장에 골퍼 외에 가족 단위로 휴양을 오면 , 가족 단위 휴양은 골프장과 관계없이 동선을 짜야 한다 . 사업주는 해외 경험을 통해 초기부터 온천을 주제로 한 공간 기획을 갖고 있었다. 또 덕구온천을 30여년간 운영해온 노하우도 있었기에 기획은 골프와 온천이라는 주제에서 시작되었다.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사업주의 의견에 충분히 동의했고 계획을 세웠다.

콘텐츠와 프로그램, 완성도가 있는 건축, ‘웰메이드 아키텍처’가 나온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비교 우위적으로 잘 지은 건축물이 적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잘만 만들면 분명히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적중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마운틴스테이의 계단실 분위기라든지, 중목 구조의 도입, 히노키의 활용, 고강도 목재 위 검정 도장 마감, 주변 풍광을 오롯히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테라스 형태, 20여 개에 달하는 객실 타입 등 이색적인 풍경에 반응한다고 보았다 .

어메니티의 규모 및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상당히 열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기존 객실수에 비해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어메니티를 요청했고, 또한 과감한 투자도 하였다 . 완공 이후에이 여유 있는 공간감을 가진 어메니티가 화제가 되었다.

〈설해원〉은 중산층의 아이가 있는 부모, 30 – 40대들이 반응했다. “동남아 풀빌라나 일본 온천 등에 갈 필요가 없다”, “골프 외에도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었다. 라이브러리 카페, 키즈카페, 온천, 면역 공방 마사지 그리고 찜질방, 스크린 골프장과 결합한 노래방, 바 ( bar ) 와 같은 프로그램, 회랑과 광장, 인피니티 풀과 2층 데크 위에 온천수를 이용한 풀이 적중했다. 그다음은 자연이다. 사업주가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를 기획한 게 중요했다. 이곳은 115m 항공 고도 제한으로 낮은 건축이 되었는데, 마운틴스테이 뒤편에 바닷길을 열어놓고 산책하다 보니 가족 단위 타깃이 적중했다. 가족 단위는 생각보다 갈 데가 많지 않다. 결국 내가 가족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을만들면 사업적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것은 〈설해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설계에 착수하고 나서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건축 개념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고 브랜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장으로 보면 골든비치 그대로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휴양 콘도일 때 골든비치라는 이름은 조금 매치가 안 되었다. 그래서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정원’이라고 설해원의 정의를 내리고 나니까, 리조트의 아이덴티티가 달라졌다. 세대가 달라지고 타깃 마케팅이 달라졌다. 거기서 풀려나갔다. 장소성의 의미가 담긴 한글 이름을 만들어 제안했는데, 건축과 함께 이름도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초기에 의견이 일치했고, 사업주가 과감하고 흔쾌히 선택했다. 사업주의 안목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일반 소비자의 판단 기준은 다양하다. 건축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이용객의 경험은 차이가 크다. 건축적 미와 공간 외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요소는 무엇일지, 어떤 걸 만족시키려 했는지 궁금하다.

중요한 질문이다. 사실 이건 저만의 노하우고 성공과 실패 기준이 약간의 차이라서 타협점을 잘 찾아야 한다. 더 건축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업주를 위한 마음이 발동하는 순간 그걸발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질 낮은 타협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의 건축술이면 건축적인 완성도가 있지만, 대중적으로도 접점이 이뤄지겠다 싶은 지점을 계속 탐색한다. 예를 들면 저는 〈설해원〉을 지금보다 훨씬 더 미니멀하게, 상징적인 조형을 가진 건축, 무소유 같은 느낌의 리조트로 만들고 싶었다. TV도 없는 고요한 공간을 바랐다. 하지만 사업주와 협의하면서 그런 부분은 타협한다. 마감재 선정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 사업주와 매번 협의하면서 디자인과 사업성, 대중성의 접점을 찾아가며 끝까지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저로서는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었고, 당연히 그것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제가 내린 리조트의 정의는 ‘일탈’이었다. 대도시에서 아파트 문화나 3 차원 공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을 경험하다 리조트에 오면 느끼는 자유로움이 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설해원〉이 싫증나지 않는다고 한다. 늘 다른 타입의 집에서 잘 수 있다. 다양한 유닛은 아이들에게도 창의적인경험을 준다. 즉, 방문자에게 질 높은 건축 경험을 꼭 선사하고 싶었고, 그것을 마케팅으로 삼았다. 일탈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해결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페터 춤토르의 〈Thereme Vals〉는 스케일이나 공간이 갖는 힘 자체만으로 강렬한 경험을 만든다. 미묘한 줄타기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타협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게 힘든 부분이다. 왜냐하면 설계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사업주다. 고객 이전의 문제다. 페터 춤토르의 공간도 너무 좋아하는 건축이지만, 건축 자체의 공간이나 오브제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고객이 좋아한다는 확신이 선다면, 사업주는 무조건 건축가에게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몇천 억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이고, 사업주의 눈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과감하고 건축적인 모험이 어렵다는 말이겠다.

예를 들어 〈사우스케이프〉에서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사업주가 패션 사업을 했고, 대단한안목을 가지고 있고, 창의로움에 대한 존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나 단순히 안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적 계산도 분명했다고 본다.

〈설해원〉에서도 과연 어느 정도 과감하게 건축적인 모험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사업주도 건축가에게 밸류 엔지니어링으로 예산만 줄이는 방향으로만 하지 말고, 상품으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건축적 완성도를 주문했다. 국내에는 드문 경우이다. 당연히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건축적인 시도가 사업성의 결과까지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사업주 – 대중 – 건축의 삼각 구도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유추해내도록 노력했다.

리조트의 새로운 정의를 ‘일탈’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휴식에 대한 경험 자체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서 더 바뀌었겠지만, 사람들이 국내에서 회원권을 구입하겠다고 했을때 기대치가 바뀌었다고 보는가?

그 부분이야말로 건축가의 역할이 기대되는 접점이다. 건축가들의 역할이 더 확장될 수 있다. 건축가가 제안하는 새로운 공간과 건축이 소비자들에게 점점 더 좋은 인상으로 각인될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활동 영역이 훨씬 넓어질 것 같다. 휴식을 일탈이라고 했을 때 결국 공간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활약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 팀원들에게 매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리조트 작업을 한 번 해보면 , 많은 건축 용도를 다 다루게 된다는 점이다. 주거와 상업 시설을 다뤄야 하고, 서비스 산업의 산물인 숙박 시설 등의 전반을 다뤄야하고, 동선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정말 많이 배운다고 한다. 저는 리조트를 많이 설계하면서 그런 풍부한 경험을 더 많이 얻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대중들이 건축가가 만든 공간을 좋게 보게 된 것인지, 아니면 공간 자체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둘 다라고 생각한다. 건축가의 역할이 확장되고 인식도 바뀌었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공간의 성격도 바뀐 것 같다. 르 코르뷔지에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적절한 비유일 거라고 본다 . 건축가는 발칙한 상상과 창의적인 공간 구축으로 파리 시민들에게 그 당시 경험해보지 못한 수직 레지던스를 보여줬다. ㄱ자 평면, ㄴ자 평면, 복층의 층고가 높아지고 낮아지고 하는 공간 기법에 의해서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탄생하고, 그 안에는 그 당시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상업적인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다. 일본 유학 시절에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보면서 어쩌면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이 르 코르뷔지에게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요구했을 리가 만무하잖은가. 그냥 그가 사회적 책무와 공공성, 상업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서 만든, 건축가의 상상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 아니겠나.

그래서 리조트, 휴양 문화를 일탈이라고 정의했다면, 객실 공간, 계단실, 엘리베이터실, 복도, 테라스, 외관, 보행 동선, 휴게 공간 등 손끝에 닿는 하나하나의 공간에 구체적인 건축 기법을 적용하고자했다. 기존 골프텔과 설해온천을 연결하는 매개 공간은 원형의 원초적 조형 공간감을 부여하면서 어두운 공간을 만들었다. 다른 영역으로 안내하는 방법이다. 온천으로 향하는 천장고를 상대적으로 낮추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노천온천까지 이어지는 동선에서 공간적인 구축 기법을 많이 고민했다. 또 광장에 회랑을 만들고 회랑을 따라 상업 시설을 넣으면서, 산책도 하고 사람들이모일 수 있도록 삼각형 배치를 만들었다. 〈설해원〉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에 국내의 일탈을 위한 공간을 찾는 사례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마스터플랜도 함께 계획했는데 , 초기에 설정한 비전이 궁금하다.

초기에 설계하면서 배치 계획을 다시 손봤다. 서비스 관리 동선과 고객 동선상에서 기존 건축물과 가깝게 집중 고밀 개발을 하고자 했다. 〈설해원〉 리조트 내에서 크게 나누면, 기존 골프 클럽하우스과 골프텔, 새로 지은 마운틴스테이와 설해온천이 있는데, 신구 건축들이 원만하게 관계하면서 동선이 원할하도록 배치했다.

마운틴스테이는 조용히 머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고 조금 떨어져 있어 모두 셀프 주차가가능하도록 계획했고, 여러 세대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복층으로 계획했다. 정면으로는 먼 전경과 함께 골프 코스 전망을 가지도록 했고, 후면으로는 바다 산책가를 두었다. 설해온천은 그야말로 리조트 내 중심 시설로, 골프 클럽하우스와의 동선이 가장 가깝고 편리하면서 수영장 온천, 상업 시설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타워형 콘도로 배치했다. 기존 골프텔 로비와 연결해 고객 동선을 최대한 단축시켰다.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을 최대한 배치하면서, 리조트 내 원할한 동선 계획과 함께 향후 개발 계획을 했다. 마스터플랜대로 하나둘씩 완성해가면서 골프 리조트를 넘어 가족형, 기업 연수형 복합 리조트가 되도록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주택 계획이다. 사업주는 새로 짓는 골프 코스 주변으로 〈설해원〉 필지를 100 평씩 분양했다. 이런 주택 필지 계획이야말로 초기 마스터 플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토목, 엔지니어링 기반으로 분양할 경우 땅을 뚝뚝 잘라서 파는데, 그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주택이 남북 방향의 골프 코스를 보고 앉으면 자연히 동서 방향으로 많이 배치된다. 그런데남향을 선호하니 배치를 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배치가 어려운 마름모꼴의 쓸모없는 필지가 나온다. 그래서 필지를 나눌 때는 건축적인 안목으로 고도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하나, 집의 베이를 고려해야 한다. 좋은 전망을 갖는 집의 베이는 최소한 건축 배치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보통 사업성을 높히기 위해 필지를 잘게 잘라 분양하는데, 밀집도가 높으면 전면 베이가 좁아진다. 분양할 때는 좋지만, 배치하다 보면 다소 엉망이 된다. 결국 사업성과의 투쟁이다. 사업성을 따지면 많이 쪼개서 파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마스터플랜을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넓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잘 협상해야 한다.

그래서 마스터플랜의 묘미라고 할까. 적어도 골프장 및 리조트의 필지 계획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었다고 본다. 그걸 하려면 분양가를 알아야 한다. 고객이 몇 평 규모까지 주택을 짓고 싶은지, 예산이 어느 정도 되어야 이 필지를 살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평면을 선호하는지도 경험상 알아야 한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본다. 그 과정에서 사업주를 설득하는 게 힘이 든다. 그렇게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했고, 하나씩 완성되고 있는 단계다.

주택 단지는 분양만 하고 설계는 개별적으로 진행되는가?

맞다. 분양된 필지마다 소유자들이 각자 건축가에게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 저도 몇 채를 설계하고 다른 건축가들도 하고 있다. 〈설해원〉의 건축가 풀에 건축가 몇 분을 추천했다.

그렇기에 강력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작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규제가 아니다 보니 만만치 않다. 필지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건축가가 왜 이런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는지에 대한 객관적 설명이 중요하다. 실제 골프 코스와 건축주들의 요구를 이해한 상태에서 주택 단지 배치를 계획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이것도 결국 사업주를 위한 것이다.

회원권을 통한 타임 셰어와 개별 필지 분양 사업을 병행하고 타운을 형성하면서, 리조트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복합체가 되고 있다. 이런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건축가의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건축술이 이런 리조트의 방향과 함께 사업성을 좌지우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건축가는 건축을 중심으로, 고객 및 사업주와 다양한 관점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유닛의 다양화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 각각의 특색을 잡을 때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또 어떻게 다르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하고자 했는지도 궁금하다. 〈설해원〉에서 제가 정한 원칙은 ‘베이’다. 전망 좋은데 가서 쉬는데, 아파트식 3.5m 폭의 창으로 본다는건 억울한 이야기다. 그래서 어떤 유닛에 가더라도 와이드 뷰를 가진 전망 좋은 거실, 방을 만든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었다. 차경을 통해 전망을 내 안에 담아야 하고, 그게 일탈의 기본이라고 봤다. 전망이 좋은 유닛이 되려면 정면으로 넓고 세로로 좁은 평면이 되어야 한다. 통통한 평면이 나오면 안 된다. 건축의 배치 단계에서부터 유닛을 고려해 계획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작업해온 주상복합, 아파트, 오피스텔 등 다양한 공동주택 설계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설해원〉도 그게 적중했다. 공사비 효율을 위해서는 편복도는 안 되고 중복도로 가야 한다. 그러면서 양편의 최고 전망을 가진 매스가 판상 형태로 올라가 투베드룸의 베이가 설정된다. 또 공사비가 적게 나와야 하니 기둥을 기준으로 삼아 수직 6개 층에 실 구성을 하면서 수직 수평의 퍼즐을 맞췄다. 하지만 같은 프로그램을 가진 유닛이라도 면적을 달리했고, 디테일한 공간 구성을 조금씩 다르게 적용했다.

두 번째 모든 유닛의 공통된 원칙은 내부 마감과 가구를 일체화된 느낌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6성급 호텔에서 진행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공간에서 주는 인상과 함께 손끝에 오는 촉감을 만족시켜야 한다. 물론 컬러나 재료 마감에서 컨트롤을 했지만 약간 화려한 공간에서 미니멀한 공간까지, 예상되는 고객의 기대치와 요구에 맞추었다. 참여한 모든 전문가와 시공사들이 사업주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집중한 결과라고 봐야한다. 고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간의 디테일 완성은 결국 분양으로 연결되고, 방문자의 만족으로 이어지며, 지속적인 운영 수익을갖고 온다는 확신을 갖고 진행했다.

세 번째는 복도와 객실의 공간적 전이 계획을 치밀하게 했다. 각 객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루버로 완성한 복도의 공간감은 객실로 이동하는 방문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조용한 종교 시설에 접하는 동선 분위기를 연상하도록 하는 게 디자인 의도였다. 이미 복도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한 방문자가 객실에 펼쳐진 개방감 있는 공간에서 일탈을 경험하게 했다.

베이의 기준은 몇 미터로 설정되어 있나?

거실 기준으로는 최소 6 –8m이고, 방 기준으로는 최소 4 – 5m다. 그러다 보니 투베드룸의 경우 길이가 최소 20m 정도 나오는 구성이다. 공사비를 절감하려면 그 베이들이 하부 구조로 내려갔을 때 모두 모듈러로 계획해야 한다. 모듈러는 공사비 절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공간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 예산을 줄이는 게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떤 걸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층수와 층고 확보를 위해 플랫 슬라브 계획을 적용했는데, 사전에 철저한 공간 레이아웃 계획이 필수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베이와 유닛 레이아웃에 철저히 임할 수 있었다. 플랫 슬라브를 적용하면 공사비는 110% 가 되어 10%가 올라가지만 1개 층을 더 얻는다. 마침 지구단위계획에 층수 제한은 없고 높이 제한만 있었다. 그래서 층을 다 낮추면서 천장고를 낮추기 않기 위한 기법으로 플랫 슬라브를 연구해 사업비를 맞추었다. 저는 VE(value engineering) 가 무조건 공사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고 이해한다. 돈을 조금 써도 사업성이나 내구성이 훨씬 좋다면, 그게 바로 밸류 엔지니어링이라고 본다.

또 하나, 리조트에서는 소위 채광과 환기가 안 되는 ‘먹방’이 생기면 안 된다. ‘먹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평면일 경우 색다른 공간적 느낌을 넣어 분양성을 높인다. 이율배반적인 점은 고급 마감재를 쓴 것이다. 누구에게 잘 보이거나 건축가의 욕심이 아니라,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실제 숫자적인 백업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면 , 건축 이면의 것들도 봐야 한다. 〈설해원〉의 경우 기존 골프 클럽하우스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변화를 주고자 했는가?

휴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일탈’로 삼고, 타깃은 가족을 대상으로 했는데, 기획 단계에서 차별화한 전략을 좀 더 설명해주기 바란다. 리조트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앙 집중의 고밀에서 시작해 사업이 성장하면서 점점 바깥으로 확장해가야 한다. 인건비가 높은 해외 선진형 리조트는 중앙 집중의 고밀 배치가 많다. 고밀로 가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서비스 관리 동선이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관리 비용이 절감되지 않으면 리조트 운영이 어려워진다.

처음 사업주와 공감한 건 기존 골프텔과 증축 부분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제가 건축가로서 폼 잡고 싶었다면 건물을 골프텔과 멀리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래야 옛 모델과 새 모델을 구분할 수 있으니까. 저도 안타깝지만, 둘을 붙여서 기존 로비를 리모델링하고 통과해 하나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 사업주와 생각이 일치했다.

두 번째는 고객 입장에서 무조건 동선이 가까워야 한다. 단지 안에 들어오면 골프를 치는 사람이든 수영장에 가는 사람이든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동선이 길면 카트나 차량 서비스를 해야 한다. 그러면 비용이 상승하고 고객도 불편해한다. 중앙에서 모여 집중하고 점점 확장해가야한다는 저의 신념을 서비스 관리 동선 , 고객 동선, 마케팅 측면 등 여러 배경으로 설득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사업주가 공감했다. 국내 리조트 중 이 부분을 지키지 못해 실패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

운영에 대한 고려는 건축가가 놓치기 쉬운 부분 같다. 물론 리서치를 하더라도 운영해보지 않고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일 텐데 , 이에 대한 경험은 어떻게 갖게 되었는가?

이전 프로젝트부터 지금까지, 설계 단계뿐만 아니라 오픈해서 운영할 때까지 사업주와 함께 계속 모니터링한다. 설계한 곳에 직접 가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후일담도 많이 듣는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무엇이 안 되었는지 생각하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사업주들이 리뷰를 많이 해준다. 이렇게 하니 뭐가 좋은지, 또 뭐가 불편한지, 돈이 더 들어가는 부분과 덜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 말이다. 그걸 놓치지 않았다. 시간 나면 제가 설계하지 않은 곳도 방문한다. 손님으로 가서 실제 작동하는 것을 보고, 모니터링도 해보고, 장단점을 살펴보다 보니 경험을 많이 쌓게 된 것 같다. 방문했을 때는 사업주의 입장, 고객의 입장, 건축가의 입장 등 꼭 세 가지 관점에서 자세히 관찰하는 편이다. 그게 다음 설계 때 반영되고 현재도 진화 중이다.

시행 착오도 많았다고 했는데, 시도했다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을까?

실수라기보다는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는 프로젝트가 있다. 평창 알펜시아 에스테이트를 이영조 소장과 같이 설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골프 코스 옆으로 강원개발공사가 발주한 〈페어웨이 빌라〉라는 단독주택 프로젝트다. 분양 프로젝트라 한 채씩 팔아야 했다. 저는 그 정도 땅에는 옆집과의 간격 및 조경 면적 등을 고려해 100 세대 미만이 맞다고 확신했다. 용평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 프로젝트가 숲속의 집이라면, 알펜시아는 넓은 골프장을 낀 주택이라 마케팅도 그 방향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건축가의 한계다. 강력한 사업주인 강원개발공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최대한 올려야하는 숙제가 있었다. 사업주 측은 260 세대를 배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결과는집과 집이 너무 붙는 배치가 되었다. 그곳은 지구단위계획상 특구로 지정되어 골프장 안에 숙박 지구를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절호의 기회였겠는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골프장 전망을 가진 주택 단지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설득을 못 해서 260세대가 들어섰다. 지금은 거의 분양이되어 입주했지만, 안타깝게도 분양 기간이 길었고 이자 비용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계속 남아 있는 과정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제 이름으로 나가는 건데, 안타깝고 낯뜨겁다.

분양 사업에서는 마케팅 언어와 건축 언어가 굉장히 다르다. 소비자를 고려하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고민해서 나온 단어일 텐데 , 왜 시장의 언어와 건축 언어에 간극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통과 의례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큰 전환을 맞이하는 시점인 것 같다. 영화나 음악을 보면 그렇다. 네이버 평점이 5 점도 안 되는 영화는 1천만 관객이 들고,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영화는 1백만도 들지 않는다. 상업성과 작품성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고민이 영화 쪽엔들 왜 없었겠는가? 음악에서도 BTS가 큰 성공을 했는데, 프로듀서 방시혁은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다. 1980년대만 해도 춤추는 아이돌, 댄스 가수는 음악성이 없고 노래도 못 부르고 싱어송라이터도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영화나 음악 분야는 그 레벨에 들어간 거다.

저는 우리나라 건축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축이 그 접점까지 가기엔 아직 요원하다. 아직은 어떤 건축가가 상업 시설을 한다고 하면 공공성이 없다고 배제한다든지, 공공성 있는 건축만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아예 건축계에서 이야깃거리가 안된다. 자본과 거리가 먼 이야기만 돈다 . 그런 것들이 통과 의례가 아닌가 싶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름을 내건 건축가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건축을 선보이고, 개발 회사들은 이를 분양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중간에 여러 시행착오와 부작용은 따른다. 뉴욕에서도 최근맨해튼의 초고층 주거 개발이 한창이다. 유명 건축가가 참여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건축적완성도도 높다. 분양 사업의 마케팅 언어와 건축 언어가 많이 다르지만, 동일할 수 있는 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영화 〈기생충〉이 가장 영화적이며 가장 상업적이듯 말이다.

용평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의 성공이 ‘분양 사업을 다룰 수 있는 건축가’ 라는 타이틀을 준 계기라고 볼 수 있을까? 소장님께 설계뿐만 아니라 사업을 풀어내는 역할을 기대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그것도 맞는데, 요즘 들어서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다. 당시에는 포레스트 이후 수주가 잘 연결되었다거나, 스스로 그런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하고 인사이트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나다운 걸 한 거다. 그 질문의 답은 오히려 최근 10 – 15년 사이, 더 정확히는 2010년 정도부터 최근 10년 사이에 있다. 건설사, 개발자들, 시행사들, 각종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들을 만나면서 내가 지금까지 이뤄온 게 공통점이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말씀하신 대로 “양진석에게 가져가면 해결해주더라”라는 그룹이 있다. 여기서 풀어준다는 것은 사업 아이디어, 콘텐츠, 프로그램, 분양 아이디어를 전반적으로 기대하면서 가져오는 그룹이다. 단지그 해결의 매개체가 건축에 있을 뿐이다. 건축에 기대하는 고전적인 요구사항과 현재 시점의 요구사항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저 역시 다양한 관점에서 건축의 역할과 완성도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컨설팅이겠다.

거의 컨설팅 개념이다. 이런 말하기는 조금 민망한데, 전략 디자인을 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의할 때 주로 환경 디자인 (Environment Design) 에 그치면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건축의 사회적 역할의 한계점을 우리 스스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저는 환경 디자인을 하면 안 되고, 전략 디자인 (Strategy Design) 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 전략 안에는 공간 미학도 들어가 있고 건축적 완성도도 들어가 있지만, 사업주의 사업적 이익도 들어가 있다. 모든 게 이유가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거다.

건축적인 개념과 사업성에 대한 고민, 만약 나에게 당신은 어떤 쪽 기준이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둘 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어쩌면 저라는 존재는 아파트, 주상복합, 상업 시설을 많이 하는 메이저 필드와 소위 공공 건축을 하는 아틀리에 건축, 작가 건축의 중간에서 묘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큰 예산을 다루는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는 건축가를 찾게 될 것이고 , 그런 측면에서 경험치들이 쌓여온 것 같다.

맞다. 계속 그렇게 해온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사업주라는 생각으로 건축에 임해왔다. 〈설해원〉 사업주와는 평소 ‘동지’라고 부른다. 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상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다른 리조트 콘도미니엄을 설계하고 공사 중인데, 당연히 현장에 감리를 나가서 기술이나 디자인 검토는 물론이고 적정 분양가 및 마케팅 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사업주가 중요하고도 외로운 결정을 할 때, 항상 귀를 열고 의견을 들어주는 대상이 되어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사업주의 친구가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기획 , 분양 사업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나 건축가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다. 공사비를 생각해야 한다. 또 분양 마케팅 관점을 철저히 건축 안에 녹여야 한다. 건축가가 조금만 더 고려해서 설계하면 사업주를 위해 예산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다. 또 놓치기 쉬운 부분은 ‘이 건축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고민이다. 하자가 최소화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막 지었을 때뿐 아니라 이후에도 잘 나이 들어가는 건축물을 생각해야 한다.

상업이나 리조트, 공적인 건물의 서비스 관리 동선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호텔, 리조트,상업 시설마다 서비스 관리 직원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업무를 보고, 업무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설계 보고서에 차량 동선, 보행 동선은 항상 고려하지만 서비스 동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