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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마의 도시 계획과 진보적인 건축 양식

by.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유럽 건축사

로마 건축은 도시를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로마는 건축을 도시적인 개념으로 승화시켜 마침내 ‘정복의 도시’로 진화할 수 있었다. 로마 건축의 발전은 뛰어난 기술력과 탄탄한 도시 인프라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인들은 건축을 도시 환경에 통합하는 일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로마는 세계의 중심Caput Mundi이라는 의식과 함께 집중화된 도로망을 통해 주변을 정복하고 장악해 나갔다. 그 배경에는 도로와 수로의 개발이 있다. 당시 로마 도로의 교점들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고, 개선문과 출입문을 통해서 그 상징성을 표현했다.

기본적으로 로마의 도시 계획은 그리스의 것에 근간을 두었다. 도로의 기능, 물의 공급, 하수도 등 사회 인프라 구축에 특히 힘썼다. ‘테르마이Thermae’라는 공중 목욕탕뿐만 아니라 일종의 공동 주거 단지인 ‘인슐라Insula’를 짓기도 했다. 가로의 배치를 강조하고 주가로와 부가로 개념을 도입했으며, 이 개념은 이후 도시의 발전에서도 중요하게 적용된다. 뉴욕 맨해튼의 애비뉴Avenue와 스트리트Street, 일본 교토의 헤이안쿄平安京(교토의 옛 이름)의 도시 계획에서도 이 개념을 엿볼 수 있다.

또 시가를 네 부분으로 분할한 것도 주요 특징이다. 로마의 전성기인 3세기경에는 4만 5,000개 아파트와 2,000여 개의 개인 주택이 지어졌다. 지금 우리 도시에서도 1,000세대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라 말하고, 50개 전후 정도 주택이 모여 있으면 대단지 주택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로마는 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90킬로미터에 달하는 수로를 건설하는가 하면, 로마와 항구 도시 브린디시를 잇는 56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인 아피아 가도Via Appia Antica를 깔았다. 이 아피아 가도는 지금까지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내구성을 보여준다. 로마와 여타 지방을 잇는 아피아 가도는 향후 도로의 모델이 된다. 로마는 시민들의 식수 공급을 위해 총 16킬로미터의 아피아 수로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통일 이후 기원전 272년에는 80킬로미터의 새로운 수로도 건설했다. 이렇듯 도로와 수로의 확장 개념은 ‘정복의 로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로마인들의 미적 감각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스인들이 도리아식・이오니아식・코린트식 오더를 고안했다면, 로마인들은 여기에 더해 도리아식보다 더 간결하게 세로줄까지 없앤 터스컨 양식Tuscan Style과 이오니아식과 코린트식이 결합된, 보다 화려한 콤포지션 양식Composition Style을 구현했다. 극단의 절제된 양식과 극단의 화려한 양식이 더해진 것이다. 콤포지션 양식 기둥은 꽃과 나뭇잎 조각 위에 이오니아식에서 볼 수 있는 ‘양머리’ 조각이 결합되어 있다. 터스컨 양식이나 콤포지션 양식을 보면, 이것은 로마 시대 이후의 건축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