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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르네상스의 고향, 피렌체

by.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유럽 건축사

Renaissance Architecture

르네상스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꽃피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로마가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옛 제국의 수도였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동로마 제국과 활발히 교류하며 서로마 제국의 고문헌과 기술을 복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슬람 세력의 침략으로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자, 많은 동로마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이탈리아로 유입되었다. 이처럼 과거의 유산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확보한 이탈리아인들은 찬란했던 조상들의 문화를 다시 구현하기 위해 힘썼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의 문을 연 최초의 예술가로 평가받는 건축가다. 언어학자 로스 킹Ross King은 ‘건축가의 사회적 지위와 건축가에 대한 지적 평가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한 계기’가 된 건축가로 브루넬레스키를 꼽기도 했다. 르네상스 건축의 시작은 흔히 피렌체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초기 르네상스의 문을 활짝 연 위대한 예술가 브루넬레스키의 활약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로 돌아가자’는 르네상스 운동이 정작 고대 유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피렌체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르네상스 건축 이념을 옹호한 초기 피렌체의 예술가들은 고대 예술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로마를 연구했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 양식을 구축했다.

피렌체 출신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브루넬레스키는 최초로 원근법을 고안해 근대 미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의 원근법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1475~1564)가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Basilique Saint-Pierre de Rome의 돔을 설계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피렌체 고아원, 파치 예배당, 성령 교회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르네상스 건축의 기초를 확립했다. 이전 시대의 고전적 요소들을 건축에 도입해 피렌체 대성당을 지었다. 그가 남긴 대표작 중 하나는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 돔이다.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으로 ‘꽃을 든 성모마리아’라는 의미를 지니며, 두오모는 ‘하늘의 집’이라는 뜻이다.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두오모 돔으로 유명한 이 대성당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피렌체를 상징하는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이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만들기 시작해, 판테온 신전을 깊이 연구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팔각형 석재 돔을 지어 올리며 완성했다. 장미색, 흰색, 녹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화려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이 성당의 지하에는 그의 무덤이 있다.

이 대성당은 원래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가 설계했지만, 돔 부분만 남겨둔 채 작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당시 기술로는 판테온 신전보다 더 큰 돔을 올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성당은 미완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때 브루넬레스키가 등장했다. 그는 원래 건축과는 별 인연이 없었지만, 그리스·로마의 건축을 연구하기 위해 로마로 유학을 떠났고, 오랜 시간 동안 판테온 신전을 깊이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오모 돔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판테온 신전을 연구한다고 해서 누구나 두오모 돔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브루넬레스키는 이를 재해석하여 고대 로마의 건축 미학을 반영한 독창적인 돔을 설계했다. 이 혁신적인 설계는 1418년 열린 현상설계 공모에서 당선되었고, 이후 두오모 돔은 르네상스 건축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 잡았다.

직경 42미터, 높이 120미터의 대규모 돔을 리브를 이용한 이중 표피 구조로 경량화했으며, 건설 기간은 14년이나 소요되었다. 84미터 높이의 조토Giotto 종탑에서 이 돔을 조망할 수 있다. 이 종탑은 유명한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가 설계한 고딕 양식으로 피렌체 대성당의 부속 건물이다.

판테온 돔은 콘크리트를 틀에 찍어 만들었다면 두오모 돔은 벽돌을 지그재그 방식으로 쌓아 올려 결합력을 강화했고, 미세하게 벽돌 벽의 아래가 위쪽보다 좁아지게 쌓아 공중에서도 벽돌이 아래로 추락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쌓은 벽돌만 무려 400만 개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오모 돔은 최초의 팔각형 돔으로 그 당시 가장 거대한 돔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재 돔이다. 이렇듯 로마 스타일의 정수인 판테온 신전을 ‘오마주’하면서도 기술적으로는 발전한 형태의 건축물을 지어 올리는 것. 이것이 르네상스의 건축가들에게 주어진 1차 과제였다. 결국 피렌체 두오모 돔은 로마 판테온 신전의 재해석이 된 셈이다. 로마의 건축은 시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로마 건축으로 재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