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aissance Architecture
르네상스의 지식인들은 문학과 철학, 미술과 학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중세의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적 대안을 제시한다. 건축사에서도 르네상스는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동안 유럽에 널리 퍼진 고딕·비잔틴 양식은 ‘비로마 양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기의 건축가들은 다시 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돌아가 여기에 기하학적인 요소를 덧붙였기 때문이다. 정방형의 도형, 그리스·로마식 기둥과 창으로 장식된 벽면, 그리고 건물 가운데의 거대한 돔과 그 아래의 큰 공간을 가진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5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건축에 있어서 르네상스를 보았을 때, 건축 개념이나 건축 기술 등이 중세의 고딕 건축 만큼이나 큰 성과를 이룬 시기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고대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원주, 큐폴라, 돔, 엔타블레처 Entablature (그리스·로마 건축에서 지붕과 기둥 사이에 장식된 구조물을 통칭하는 말) 등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르네상스는 성당, 공공 건축물, 궁, 성, 정원, 대저택 건축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건축 세계를 견인했다.
‘고대 양식의 회귀’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는 질서, 대칭, 비례 같은 원칙을 준수했고, 이 원칙은 모든 건축에 적용되었다. 중세의 비로마적인 양상과는 철저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건물을 배치할 때도 규칙성이 기본이 되었고, 철저하게 설계된 직선적인 파사드가 반영되었으며, 불규칙한 평면이나 예각, 둔각 등의 기하학에 반하는 모든 조형의 선은 사라졌다.
‘혼돈과 부조화의 야만적인 건축’, ‘하나씩 쌓아 올린 저주스러운 성당’, ‘비례를 무시한 장식의 집적’ 르네상스는 고딕 양식을 이렇게 정의했다. 말하자면, 르네상스 양식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대의 기념비적 건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로마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 기술은, 고딕 시대에 눈부시게 발전한 기술 자체보다는 미학적 원칙에 기반한 체계 안에서 엄격히 정제된 조형 언어에 그 근거를 두게 되었다. 이는 ‘질서 위의 미’의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르네상스 건축은 고딕 양식에서 상당히 발전한 첨두형 아치를 계승하기보다 로마 본연의 정신으로 회귀하는 반원형 아치를 재도입하면서 중세 건축의 유산을 거부했다. 이전 시대가 첨두형 아치로 하중을 분산시켰다면, 르네상스에 와서는 수직 하중을 받는 석조 건물이 다시 등장했다. 특히 고딕 시대에 각광받았던 유리를 끼운 칸막이 기법인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은 퇴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