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펴본 르네상스 건축은 단순한 형태의 미를 넘어, 공간의 본질과 인간의 감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 건축에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 건축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의 포틀랜드 시청사는 다채로운 색채와 독창적인 형태로 고전적 요소를 현대적 언어로 표현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리움 미술관은 기하학적 비례와 원형의 조화로 고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맥락에서 되살리고 있다. 그 밖에 덴마크 건축가 슈프레켈센Johan Otto von Spreckelsen이 설계한 이른바 프랑스의 신개선문, 그랑드 아르슈Grande Arche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빌라 에덴Villa eden과 아모레퍼시픽 사옥,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설계한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등도 르네상스 양식에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다. 내가 서울시 MP(마스터 플래너)로 있을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삼성동 복합환승센터 등의 국제현상설계에 당선되었다. 그래서 지금 삼성동에서는 수직・수평의 기하학적 비례를 가진 매스를 적용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 오레곤주 포틀랜드 시청사. 파격적인 포스트모던 건축으로 유명한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대표작이다. 이 건물은 다양한 색채와 레고 블럭을 연상시키는 형태, 특이한 장식 등이 눈에 띄며, 출입구 부분의 돌출된 형태가 가장 큰 특징이다. 고전주의 건물 양식의 다양한 장식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리움 미술관. 마리오 보타가 ‘도자기 미술관’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기하학적인 외관과 적벽돌을 사용해 보타의 건축 특징이 잘 살아 있다. 역원추형 건물로, 외관의 모양을 그대로 반영한 나선형 계단도 있다. 육중한 매스와 원형돔을 연상시키는 듯한 곡면 건축은 기하학적인 비례를 중시하는 고전주의 건축을 연상케 한다.
●●● 그랑드 아르슈. 정확한 정방형으로 만들어진 신개선문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건축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랑드 아르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와 함께 대표적인 미테랑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이는 고전주의 건축을 재해석한 르네상스식 고전 건축의 발현이다. 로마의 도시 축을 연상시키듯이, 루브르, 개선문, 라데팡스를 잇는 역사적 축을 완성했다는 점 역시 르네상스 건축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고전주의 건축보다는 고딕, 바로크 등의 건축이 발전했음을 고려할 때, 파리 도시 자체가 역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 아모레퍼시픽 사옥. 치퍼필드는 혼잡한 용산이라는 위치를 고려해 과감하게 1층을 비웠다. 1층 앞을 고전적인 열주로 구성하여 마치 현대판 르네상스 건축을 보는 듯하다. 조화와 비례의 상징인 고전주의 건축을 지키면서 또 다른 입면의 루버 건축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 파리 퐁피두 센터. 박스형의 고전적인 비례감을 갖추었지만, 새로운 비례의 해석으로 과감한 현수(와이어) 구조를 도입하고 규칙적인 모듈의 집합으로 설계되었다. 진정한 현대판 고전주의 건축의 재해석으로 르네상스 건축이 환생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프랑스 국립도서관. 파리 센강 남서쪽 13구에 위치해 색다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했으며 1995년 준공, 입주하여 새로운 파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직각 매스로 구성된 4개 동은 마치 책을 세워 놓은 듯한 반듯한 매스로서, 유리 커튼 월과 내부 차양막 디자인이 돋보인다. 그리스·로마의 고전 건축에 근간을 둔 조화와 비례 정신에 입각하여 새로이 해석한 르네상스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1935년에 개관한 이 미술관은 소장품이 점점 늘어나자 마리오 보타에게 완전히 새로운 미술관 설계를 부탁했고, 개관 60주년인 1995년에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보타의 건축물에서 자주 보이는 붉은 벽돌과 건물 상부의 원형 유리 채광창이 특징이다. 붉은 벽돌은 르네상스 건축에서 중요시되는 대칭성과 기하학적 비례를 반영하고 채광창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런던 로이드 뱅크 본사Lloyd’s Building. 리처드 로저스가 비례감과 조화가 돋보이는 하이테크 사조로 설계했다. 하이테크는 ‘기술이 디자인이다’라는 모토 아래 기계 미학을 선보이는 건축이다. 하지만 그 원류를 찾다 보면 지극히 기하학적이고 조화로운 비례를 가지고 있는 고전주의 건축과 맞닿아 있다. 그런 면에서 1980년에 등장한 이 건축물은 르네상스 사조와 유사하다. 고전주의 건축을 새로운 시작으로 재해석한 르네상스의 정신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설해원(양진석 설계).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골프 리조트다. 수평과 수직의 비례, 기둥 등의 조화에 신경 써서 건축했다. 고전주의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