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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국가별 고딕 건축의 경향

by.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유럽 건축사

Gothic Architecture

독일의 고딕 건축은 당시 유행하던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발전했고, 독창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할렌키르헤Hallenkirche라는 형식은 독일 고딕 건축의 특징으로, 네이브와 아일이 거의 동일한 높이로 지어진 교회를 의미한다. 첨탑을 사용해 건물의 높이를 높이려고 한 것이다. 울름 대성당Ulmer Münster이 그 대표적인 예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자랑한다.

프랑스의 고딕 건축 양식은 생드니 대성당St. Denis Basilica에서 처음으로 찾아볼 수 있다. 파리 북부에 위치한 작은 성당을 12세기 중반에 재건축하면서 고딕 양식의 여러 특징, 예를 들어 높은 첨탑, 플라잉 버트레스, 큰 창문 등을 처음으로 적용한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프랑스 고딕 건축의 정수’라 평가받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을 빼놓을 수 없다. 최초의 고딕 성당으로, 프랑스 파리 시테섬 동쪽에 있는 프랑스 후기 고딕 양식 성당이자 센강의 랜드마크다. 이 대성당은 지금도 로마 가톨릭교회로, 파리 대주교좌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플라잉 버트레스가 최초로 사용된, 완벽한 형태의 고딕 양식 건물 중 하나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애프스를 외관에서 보면 플라잉 버트레스가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편 것 같은 형상이다. 프랑스왕의 대관식 장소로 쓰인 랭스 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Reims은 외관이 비례와 세부 표현에 있어 매우 우아하기 때문에 프랑스 고딕 성당 건축의 여왕이라 불린다. 프랑스의 트루와 대성당Cathédrale de Troyes 역시 고딕 양식 건축물로 건물의 높이가 48미터에 이른다. 게다가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이 성당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고딕 시대에는 한 가지 주된 형태만이 발전되었는데, 바로 도시 성당이다.

영국의 고딕 건축은 프랑스로부터 도입되었으며, 13세기 초부터 16세기 중반까지 독창적으로 발전했다. 부챗살 모양의 선상 볼트Fan Vault가 주요 특징이며, 초기(1189~1309)에는 ‘얼리 잉글리시 스타일Early English Style’이라 부르는 첨두 아치가 주로 나타난다. 뒤를 이어 ‘데코레이티드 스타일Decorated Style(1307~1377)’이 나타나는데, 모양이 아주 화려한 기하학형 또는 곡선형 아치 형태다. 대표적인 고딕 건축은 솔즈베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으로 이중 트란셉트를 가지며, 높이가 123미터로 영국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고딕 건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국가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이탈리아 고딕 건축은 본래의 의미대로 완벽하게 전개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 건축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문화적 우월감도 있었고 초기 기독교 양식의 전통이 강했다. 따라서 로마네스크 양식이 발전했기 때문에 고딕 건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밀라노에서는 프랑스와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롬바르디아풍과 고딕풍이 혼합되어 나타났고, 피렌체는 로마풍을 고수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는 고딕을 야만적인 것으로 보았고, 민족적인 증오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래서 본래 고딕 건축적인 성격보다는 결과적이고 장식적인 고딕 건축을 취했다. 고딕 양식의 유기적·합리적인 구조 방식을 충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클리어스토리 같은 장식 기법으로만 고딕 양식을 받아들였다. 참고로 롬바르디아풍은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발전한 건축 양식으로, 주로 8세기부터 12세기까지의 중세 초기와 중세 시대에 걸쳐 나타났다. 이 양식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한 형태로 단순하면서도 장식적인 형태, 다양한 색상의 재료, 그리고 기하학적 패턴을 특징으로 하며, 고대 로마의 건축 요소와 기독교적 전통이 결합되어 지역적 특성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이탈리아 고딕 건축으로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Duomo di Milano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완공되었지만, 고딕 양식의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평면 가로 87미터, 세로 147미터, 천장 높이 45미터 규모로, 이탈리아 중세 고딕 성당 최대의 규모다. 지금도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는 많은 방문객이 몰린다. 왜 그 수많은 고딕 건축 중에서 하필 고딕을 가장 부정했던 이탈리아 밀라노 고딕 건축으로 몰리는 것일까? 고딕 건축은 그리스・로마 고전주의의 본고장 이탈리아 중심이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 중심으로 펴져나갔다고 했는데, 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최고의 고딕 작품이 탄생한 것일까? 아이러니 한 부분이다. 고딕의 번영과 발전을 지켜보면서 ‘고전주의 건축가들이 본고장 밀라노에서 고딕을 하면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고딕 건축을 선보이면서 그리스・로마의 고전 어휘를 절대 간과하지 않고 적용한 점이 흥미롭다. 고딕에서 철저히 배척했던 펜덴티브, 아치, 그리스・로마 기둥 등이 적용되어 그야말로 요즘 단어로 하이브리드 건축이 탄생했던 것이다. 유독 오리지널 고딕 건축만큼이나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이 화제에 오른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로마 건축의 적통嫡統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는 결국 고딕 건축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추구했던 조형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시켰다. 어쨌든 이탈리아의 고딕 건축은 독일과 프랑스 등 수많은 북부 지역의 그 어떤 고딕 건축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매우 매력적인 건축물을 선보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시에나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고딕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히 흥미로운 지역이다.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하며 오늘날까지 고딕 도시로서 그 성격을 보존해 오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배경으로 시에나 대성당Duomo di Siena 같은 고딕 건축을 품어 더욱 아름다워졌다고 할 수 있다. 13~14세기 중에는 정치적으로도 커다란 중요성을 갖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시민들은 시에나가 최고의 아름다운 도시라는 특별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시에나는 Y형 능선 체계를 형성하도록 중앙의 결절점’Node’에서 만나는 세 언덕 위에 건설되었다. ‘가로’들이 만나는 곳, 즉 중앙에는 공공의 광장이 있고, 이것은 피아자 델 캄포Piazza del Campo의 거대한 사발 모양을 하고 있다. 바로 옆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에나 대성당은 모든 것의 가장 위에 솟아 있다.

유럽 각 나라의 위대한 중세 건축들은 단순히 하나의 건물, 또는 신자들을 위한 성스러운 공간의 의미를 넘어 중세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위계가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 건물들은 건축물 내부뿐만 아니라 도시 경관에 질서와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원동력이었다. 이미 로마네스크에서 상당 부분 완결되었으나, 초기 기독교로부터 전승되던 바실리카식 수평축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수직축이 만나는 장엄한 공간을 필요로 했던 시대적 요구가 바로 고딕 건축을 탄생시킨 것이다. 교회 건축 전용 외관이라 할 수 있는 좁고 기다란 창은 초기 기독교와 로마네스크를 거쳐 고딕에서 완성된 ‘빛을 향한 염원’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 울름 대성당.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울름시에 있는 고딕 양식 건축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탑(161미터)이다. 종교 개혁 이후 개신교 교회로 바뀌었다. 중앙 제단의 벽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시에나 대성당.이탈리아 시에나에 위치한 초기 고딕 양식 건축물이다. 내부의 기둥과 벽을 뒤덮고 있는 검정색과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줄무늬가 특징이다.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세 쌍의 3각 박공으로 된 화려한 고딕풍 서쪽 정면이 특히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