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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의 여섯 채의 집] 5 서울 동두천 ‘하늘로 열린 집’

by.

조선일보

건축과 사회

칼럼 소개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가족에게 꼭 맞는 옷을 짓는 일과도 같습니다. 그 공간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가족의 삶이 온전히 시작되고 축적되는 터전이 됩니다. 집과 가족은 결국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입니다. 땅집고는 예능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를 통해 국내 인테리어와 건축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가 2016년에 완공한 여섯 채의 집을 소개합니다. 각각의 집에는 건축적 해법뿐 아니라, 한 가족의 삶을 담아내기 위한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는 트럭으로 매트리스를 배달하고 어머니는 암 수술 후 요양 중이다. 중학생 딸은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효녀다. 세 식구가 사는 집의 첫 인상은 아찔했다. 오랜 세월 조금씩 수리하면서 지붕을 만들어 덧대다 보니 합벽(合壁) 주택 형식의 ‘샌드위치 하우스’처럼 답답한 형태가 되었다.  

132㎡(약 40평) 대지 위의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단층으로 새로 짓는 방식으로는 가족의 필요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트럭을 안전하게 세울 주차 공간이 필요했고, 딸과 함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한 안정적인 요양 공간도 확보해야 했다. 환기가 어려워 외부 바닥에서 요리를 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작지만 제대로 된 주방 역시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였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해법

해법은 수직적 확장에서 찾았다. 약 40평의 대지 위에서 단층으로는 가족의 필요를 담아내기 어려웠다. 트럭을 위한 주차 공간, 요양 중인 어머니를 위한 안정적인 생활 환경, 딸과 함께 머물 수 있는 가족 공간, 그리고 비로소 실내에 자리 잡아야 할 주방까지. 이 모든 기능을 충족하기 위해 집은 3층 규모로 계획되었다. 1층에는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을 두고 상층부에는 가족실과 방 두 개, 화장실, 주방, 서재, 작은 마당을 배치했다. 협소한 건축 면적 안에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현관 면적은 최소화하고, 수납은 충분히 확보하며, 채광과 환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동시에 복도와 같은 통과 동선을 줄여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이다.

박스 형태에서 출발해 주차장과 계단실을 분절하고 중정을 삽입해 다시 한번 분절했다. 남측에 창을 두고, 2·3층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공간을 겹겹이 조직했다. 수직으로 관통하는 오픈 스페이스는 좁은 대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었다. 물리적 면적을 늘리기보다 체감 면적을 확장하는 방식이었다.

닫힌 외관, 열린 내부

도로에 면한 입면에는 창을 두지 않았다. 주변은 노후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뒤섞여 있었고, 차량 소음과 먼지도 피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외부는 절제된 표정을 유지하는 대신 중정과 후면 서재에 개방형 창을 두어 빛과 바람을 끌어들였다. 외부로는 닫혀 있으되 내부로는 깊이 열려 있는 구조다.

구조는 1층 철근콘크리트, 2·3층 중목구조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계획했다. 제한된 면적 안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자, 요양 중인 어머니를 배려한 재료의 결정이기도 했다.

1층 필로티 주차장은 이 집의 가장 현실적인 기능이다. 그동안 집에서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했던 아버지에게 이 공간은 일상의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되었다. 계단 하부에는 별도의 창고를 마련해 수납 문제를 해결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집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그 효과는 분명하다.

하늘을 품은 집

이 집의 중심에는 ‘하늘’이 있다. 이전 주택에서는 하늘을 볼 수 없었다. 현관과 외부 공간마저 덧씌워져 내부 복도처럼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은 종종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즐겼다. 그래서 집 안 어디에서든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열리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주방과 거실, 서재와 각자의 방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 주방과 연결된 미니 정원과 중정은 집의 또 다른 중심이다. 소음과 환기, 채광 문제로 온전히 쉬기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이곳에서는 가족이 자연을 가까이 두고 머문다. 배수 계획을 통해 관리의 부담을 줄였고, 중정은 공간 구성을 유연하게 만드는 매개가 되었다. 부모의 방과 딸의 방 사이에는 창을 두어, 필요할 때는 닫고 필요할 때는 열 수 있도록 했다. 독립성과 소통이 공존하는 장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잠시 멈추는 일이다. 오늘의 숨을 고르고, 내일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이 집은 좁은 대지 위에서 수직으로 해법을 찾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삶에 작은 여백을 남기고자 했다. 하늘이 열려 있다는 것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여백 속에서 가족의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필자 소개

양진석 건축가는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안양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와이그룹 대표 건축가로 활동하며, 건축교육프로그램 파이포럼의 주임교수로서 후학 양성과 건축 담론 확장에 힘쓰고 있다. 그의 저서 『집 짓다 담다 살다』(컬쳐그라피)는 방송을 통해 선보였던 여섯 채의 집을 중심으로, 기획과 설계,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아낸 기록이다. 방송에서는 다 전하지 못했던 건축적 고민과 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며 집을 짓는다는 행위의 의미를 깊이있게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