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만 화려한 건물이 명건축물로 취급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건축물 안에 무엇을 담을 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28일 만난 양진석(54) 와이그룹 대표는 “런던·파리·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건축물 못지않 게 건축물에 담을 ‘콘텐츠’에 신경을 쓰며 도시를 가꾸고 있다”며 “서울도 외관에만 집착하는 시대에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현재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복합환승 센터’의 서울시위원으로, 건축·콘텐츠 담당 총괄계획가를 맡고 있다. 건축 설계뿐 아니라 인테리어·디자인·콘텐츠 등의 방향을 잡는 역할이다.
건축뿐 아니라 그 건축물에 무엇을 담을지 생각해야
양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교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불모지였던 국내 건축 시장에서 TV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집 꾸미기 열풍을 이끌었다. 2014년 문을 열며 서울 종로 거리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랑서울 ‘청진상점가’도 그의 작품이다. 유명 맛집을 유치해서가 아니다. 그는 허영만 화백의 인기 만화 ‘식객’에 등장하는 맛집이란 콘셉트로 식당가를 조성했다. 간판에 들어가는 글씨체 하나하나까지 양 대표가 직접 방향을 잡았다.

지난 2016년엔 강원도 양양의 리조트 ‘설해원’ 건축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담은 정원’이란 뜻의 설해원이란 이름부터 객실 내부 벽지 색깔까지 모두 양 대표 의 손길을거쳤다. 이름 짓기와 인테리어까지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양 대표는 “원래 ‘골든비치’ 란 이름으로 의뢰가 들어왔는데, 그 이름으론 이 리조트가 어떤 공간인지 구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리조트는 ‘일탈의 공간’이었다. 양 대표는 “대부분 아파트 같은 규격화된 공 동주택에 사는 한국인들이색다른 공간에 머물고 싶어 한다는 데 착안했다”며 “건축이 휴식과 사색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명·벽지부터 가구까지 최대한 절제된 느낌을 강화했다”고 했다.
‘명소에 와보니 마침 환승센터가 있다’는 느낌으로 조성할 것
그는 한국 건축의 시급한 과제로 설계·시공·운영·임대가 제각각 진행되는 시스템 개선을 꼽았 다. 양 대표는 “건축가는 설계만 하다 보니 어떤 콘텐츠(내용물)가 들어올지 모르고 건물을 구상 한다”며 “서울을 대표하는 컨벤션센터를 짓겠다고 설계 공모를 했지만, 실제로는 미술관 등을 넣어서 콘텐츠에 맞는 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비슷한 경우”라고 했다.
그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를 서울의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23년 준공 목표인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2호선 삼성역부터 9호선 봉은사역 사이 영동대로 하부에 들어서는 지하 6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다. 지상엔 광화문 서울광장보다 2.5배 큰 대형 광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명소에 와보니 마침 환승센터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그는 “코엑스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경쟁하는 공간이 아닌 서로 조화를 이루는 시설이 되도록 꾸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논란을 빚은 서울 종로 ‘을지면옥’ 재개발 논란에 대해 “단순히 시간을 머금었다고 해서 모두 가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낡은 공간이 새롭게 재해석되며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