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그룹은 2026년 3월 6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남동 파이포럼 라운지에서 전시 <한 장의 드로잉에서 FROM A SINGLE DRAWING> 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양진석의 작업에서 드로잉이 어떻게 현실의 프로젝트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자연과 리조트 프로그램을 결합한 설해원은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자연환경을 새로운 관광 경험으로 전환한 프로젝트다. 한편 충주 수안보에 위치한 유원재는 한때 관광의 흐름에서 멀어졌던 지역에 다시 방문의 이유를 만들어낸 사례로 평가된다. 건축은 이곳에서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지역을 다시 지도 위에 올려놓는 장치로 작동한다.
도시와 브랜드가 만나는 지점에서도 드로잉은 중요한 전략적 역할을 한다. JS 사옥은 기업의 정체성을 건축적 형태로 드러내면서 도시 속에서 새로운 랜드마크로 작동하도록 기획된 프로젝트다. 또한 준오헤어 해외 프로젝트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도시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공간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접근이 도시 규모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원도 망상 관광지 마스터플랜은 동해안 관광 인프라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공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장기적인 전략 프로젝트다. 이 계획은 개별 건축물을 넘어 관광 동선, 도시 구조, 지역 경제 흐름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공간 전략을 제안한다.
또 다른 사례인 하와이 안다미로(Andamiro Hawaii) 프로젝트 역시 건축을 글로벌 관광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시도다. 자연환경, 리조트 프로그램, 국제 관광 흐름을 결합하는 이 프로젝트는 건축이 단순한 장소 개발을 넘어 글로벌 이동과 경험을 조직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서로 다른 규모와 프로그램을 가진 프로젝트들의 출발점은 언제나 드로잉이다.
드로잉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가장 빠르게 시험할 수 있는 방법이며, 동시에 건축가가 장소의 미래를 상상하는 전략적 장치다. 도시의 변화 역시 이 작은 선에서 시작된다. 결국 한 장의 드로잉은 하나의 건물을 설계하는 도면이 아니라, 도시의 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첫 문장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손으로 그린 오리지널 드로잉과 아이패드 디지털 스케치를 함께 선보였다. 전시에 앞서 그의 스케치 액자 일부를 동부이촌동 자택으로 옮겨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은 파이포럼 원우이자 평소에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도시를 유영하는 노광준이 맡았다. 촬영을 마친 뒤 그는 이런 문장을 남겼다.
“하나의 결로 흐르는 세계”
어떤 공간은 그 주인의 목소리를 닮아 있다. 교수님의 방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것은 단순한 미감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정성껏 다듬어온 삶의 태도였다. 가구와 조명, 스케치와 음악.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 것들이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하나의 결’로 흐르고 있었다. 그 일관된 질감 속에서 나는 교수님이 지향하는 가치를 엿본다. 그것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며, 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깊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밀한 세계관에 초대받는 일이다. 그 잔잔한 울림이 머물던 시간 속에서, 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한 사람의 잘 지어진 마음 한편을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Curatorial Statement
드로잉은 믿음에서 시작된다
건축가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작곡가는 조용히 슬픈 곡을 쓸 수 있고, 화가는 세상을 향해 조금 삐딱해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비관으로는 건물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축은 늘 스케치 한 장에서 시작합니다. 연필 선 몇 개, 아직은 2차원에 머무는 평면. 이 선이 언젠가 3차원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다음 장은 펼쳐지지 않습니다. 그 믿음은 생각보다 큽니다. 건물이 완성되면 누군가는 그 안에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 사업은 사람을 고용하고, 그 사람은 가족과 저녁을 먹고, 어느 날 그 공간에는 웃음이 쌓입니다. 낯설던 동네에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의 풍경은 조금 더 근사해집니다. 건축가의 낙관은, 사실 이런 장면을 미리 보는 힘입니다.
이번 전시는 양진석 건축가가 그린 드로잉을 모았습니다. 설해원과 유원재로 이어진 여정의 시작점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던 수안보에 들어선 유원재는 개관 이후 6개월 이상 예약 만실을 기록하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양양의 바닷바람을 닮은 설해원은 이 지역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공 사례로 말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늘 질문이 먼저였습니다.
“과연 지어질 수 있을까.”
“이 풍경은 사람들이 찾아올 풍경이 될 수 있을까.”
건축의 시작은 늘 불안과 함께 옵니다. 예산은 충분한지, 땅은 버텨줄지, 계획은 끝까지 실현될지. 드로잉은 그 모든 질문 앞에서 그려진 첫 대답입니다. 아직 콘크리트도, 유리도 없지만 이미 공간은 건축가의 마음속에 서 있습니다. 이 전시는 완성된 건물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보다 조금 더 앞선 시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던 순간을 보여줍니다. 종이 위의 선들은 작고 조용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이곳에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라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늘 한 장의 드로잉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믿음의 기록입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단단한, 조용하지만 끝내 현실이 된 선들.
그 순간을 함께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Drawings Begin with Belief
An architect must begin with optimism. A composer may linger in sorrow. A painter may lean toward irony, or doubt. But an architect works in anticipation. A building cannot emerge from hesitation. Every work of architecture begins with a drawing—a fragile constellation of pencil lines,
still flat, still silent. At that stage, nothing stands. There is only belief: that these lines will one day hold weight, light, and weather; that they will become walls, thresholds, rooms. Belief, in architecture, is never abstract. When a building opens, someone unlocks a door each morning.
A business begins. People are employed. Families gather at the end of the day. Laughter settles into corners. A once-quiet town slowly learns a new rhythm. The landscape adjusts—not dramatically, but undeniably. To draw, then, is to foresee life.
This exhibition gathers the drawings of architect Yang Jinseok—the earliest gestures behind Seolhaeone and Youonejae. Before recognition, before reservations were filled for months on end,
before the projects were spoken of as catalysts for their regions, there were only sheets of paper
and a question hovering above them.
Will this be built?
Can this place become a destination rather than a memory?
Architecture always begins in uncertainty. Budgets fluctuate. Land resists. Time tests conviction.
Yet on paper, the line is drawn anyway. A drawing is not merely a preliminary note. It is the moment when imagination commits itself. There is no concrete, no steel, no glass— and still, a space has already taken shape within the architect’s inner horizon. The drawings you encounter here are modest in scale. They do not announce themselves loudly. But within their restraint lies a quiet certainty: that people will one day walk through these spaces, pause, converse, return.
Architecture ultimately exists for people.
And at its origin, there is always a line—drawn in hope.
We invite you to stand before them and witness the moment
when belief first became visible.
글 와이그룹 콘텐츠 디렉터 김만나 con@pyg.kr